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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출발부터 기대에 못 미친 인적 쇄신 작업 |
6·4 지방선거가 끝나면서 박근혜 대통령의 인적 개편 작업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박 대통령은 조만간 새 국무총리 후보자를 지명해 안대희 전 대법관의 낙마로 지체된 내각 개편을 서두를 것으로 알려졌다. 8일에는 이정현 청와대 홍보수석의 사표를 수리하고 후임에 윤두현 와이티엔플러스 사장을 임명하는 등 청와대 참모진 개편 작업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앞으로 뚜껑을 열 인사는 세월호 참사와 지방선거를 거치면서 박 대통령이 얼마나 변했는지를 가늠해볼 수 있는 시금석이다. 인적 개편의 폭 못지않게 내용이 매우 중요한 이유다.
하지만 사람 바꾸기의 출발선을 끊은 청와대 홍보수석 경질을 보면 이런 기대에 크게 못 미친다. 청와대 홍보수석이란 자리는 국민과 대통령이 소통하는 가장 직접적인 창구지만 이정현 전 수석은 소통에 별로 기여하지 못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자랑스런 불통”이라는 말에서도 나타났듯이, 그는 국민의 목소리를 경청하기보다는 대통령의 뜻을 받드는 홍보에만 급급했다. 따라서 청와대 홍보수석 경질은 국민과의 소통 부족에 대한 반성과 성찰이 전제돼야 하는데 이번 인사에서 그런 의미를 찾기는 어렵다. 이 전 수석의 7·30 국회의원 재보선 출마설, 장관 입각설 등이 나도는 것을 보면 그의 경질은 ‘벌’이라기 보다는 ‘상’에 가까워 보인다.
이 전 수석의 후임으로 현직 언론인을 발탁해 곧바로 청와대 홍보 업무를 맡긴 것도 썩 유쾌하지 않다. 이는 언론에 대한 박 대통령의 인식의 일단을 확실히 보여준다. 게다가 윤 신임 수석은 과거 <와이티엔> 정치부장과 보도국장 재임 시절 “정부 비판적인 내용에 대통령이 언급되면 안 된다”며 리포트를 일방적으로 내보내지 않는 등 ‘이명박 대통령 감싸기’와 여당 편향 보도로 수차례 물의를 빚은 바 있다. 그의 이런 언론통제 의식이 청와대 홍보수석으로서 전 언론에 확대되지 말라는 법이 없다. 영남 출신에 친권력적인 언론인이 아니고는 청와대 홍보 업무를 맡길 사람이 그토록 없는지 혀를 찰 노릇이다.
인적 쇄신과 관련한 최대의 관심사는 김기춘 청와대 비서실장의 거취다. 내각과 청와대 재정비 작업이 끝나면 물러날 것이라는 전망과, 박 대통령의 신임이 워낙 두터워 계속 잔류할 것이라는 관측이 엇갈리고 있다. 어찌 됐든 지금의 인적 개편 작업을 총지휘하고 있는 사람이 김 실장이며, 인사 하나하나에 그의 입김이 들어가고 있는 것만은 확실해 보인다. 인적 쇄신 대상 0순위로 지목되는 사람이 인적 쇄신을 주도하고 있는 것부터 참으로 역설적이다.
현시대가 요구하는 인적 쇄신의 열쇳말은 변화와 소통, 화합이다. 그것이 세월호 사건과 지방선거를 거치면서 확인된 민심이다. 이를 위해서는 박 대통령이 마음을 활짝 열어야 한다. 기존의 인재 창고를 뒤져 그 나물에 그 밥 식의 인사를 해서는 인적 쇄신의 의미는 반감된다. 시야를 넓혀 바라보면 세상은 넓고 인재는 많다. 단지 쓰는 사람의 마음이 편협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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