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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4.06.11 18:23 수정 : 2014.06.11 18:23

문창극 새 국무총리 후보자는 11일 “책임총리제는 처음 듣는 이야기”라고 말했다. 아침 출근길에 기자들로부터 책임총리제에 대한 질문을 받고 한 답변이다. ‘극단적 보수 인사라는 야당의 비판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도 “지금 그런 얘기 할 시기가 아니다”라고 일축했다. 짧은 일문일답이지만 그가 총리직을 맡으려는 자세의 한 일면을 엿볼 수 있다.

문 후보자가 책임총리제를 금시초문이라고 말한 것은 책임총리제가 무슨 뜻인지 몰라서 한 말은 결코 아닐 것이다. 그는 책임총리제를 거론하는 것 자체를 대통령에 대한 ‘불경’으로 여기고 있는 듯하다. 대통령의 권한을 축소해 총리에게 더 많은 권한을 부여하는 문제로 대통령의 심기를 불편하게 만들지 않겠다는 극도의 몸조심이 느껴진다. 문 후보자는 과거 중앙일보에서 ‘회장비서실장’을 지낼 때 누구보다도 사주를 극진히 모신 것으로 이름이 높다. 그런 낮은 자세가 총리를 하면서도 발휘될 것이라는 예감이 든다. 이 시대가 요구하는 책임총리제는 이미 물 건너간 셈이다.

문 후보자가 ‘화합형 총리’가 아니라는 것은 그 자신이 가장 잘 알 것이다. 아니, 화합은 그만두고 자신이 구사해온 ‘폭력적 언어’에 대해 설명해야 할 상황이다. “지금 그런 얘기 할 시기가 아니다”가 아니라, 지금이야말로 그 글들에 대해 얘기해야 할 때인 것이다. 정치권 한쪽에는 비판과 악담을, 다른 한쪽에 대해서는 칭찬과 찬양으로 일관해온 것을 단지 ‘언론인의 직분’으로 눙치고 넘어갈 수는 없는 노릇이다. 전직 대통령들을 죽음에 임해서까지 모욕하고 조롱한 것을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넘어갈 수도 없다. 그가 사과와 해명을 할 생각이 있는지도 의문이지만, 이제 와서 몇 마디 사과하는 시늉을 하면 이 나라에 화합의 춘풍이 불어올지에 대해서도 그는 뭔가 납득할 만한 설명을 내놓아야 한다.

내각을 장악할 역량이 있는지를 증명하는 것도 그의 과제다. 조직장악력이 있어야 개혁을 하든 쇄신을 하든 할 수 있는데 그는 국정운영은 물론 제대로 조직을 이끌어본 경험도 없기 때문이다. 그는 “경험보다 결과가 중요하다”고 말했으나 그런 말로 의구심을 해소하기에는 역부족이다. 세간에는 벌써 그가 김기춘 비서실장 아래서 허수아비 총리나 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이런 의구심을 씻지 않으면 국회 인준의 관문을 넘기 힘들다.

여러모로 따져 볼 때 그는 책임총리, 화합총리, 개혁총리와는 거리가 멀어 보인다. 고작해야 전직 언론인의 장기를 살려 박근혜 대통령을 홍보하는 ‘홍보총리’에 머물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이것은 국가는 물론 문 후보자 자신에게도 부끄러운 일이다. 문 후보자에게 필요한 것은 이 중대한 시기에 자신이 왜 총리를 맡으려 하는지를 설명하는 일이다. 역설적이지만 ‘청문회 통과용 총리’ 정도의 이유만으로는 청문회를 통과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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