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5.09.13 20:45
수정 : 2005.09.13 20:46
사설
삼성전자가 세계 최초로 50나노기술을 적용해 16기가 낸드(데이터 저장형) 플래시 메모리 개발에 성공했다고 밝혔다. 이를 이용하면 32기가바이트짜리 메모리 카드를 만들 수 있는데, 명함 절반 크기의 카드에 엠피3 파일로 8천곡, 신문 200년치 분량을 저장할 수 있다고 한다. 대용량 플래시 메모리 개발은, 황창규 삼성전자 사장의 말처럼 ‘디지털 종이 시대’ 도래가 머지 않았음을 예고한다. 하드디스크드라이브도 가볍고 작은 플래시 메모리로 대체될 것이라고 한다. 이번 기술 개발로 2010년까지 300억달러 규모 시장이 창출될 전망이라니 경제적 효과도 엄청나다.
무엇보다 높이 평가되는 건, 삼성전자가 한두 번에 그치지 않고 6년 연속해서 해마다 메모리 집적도를 두배씩 높이면서 세계 반도체 시장에서 ‘삼성 신화’를 이어가고 있다는 점이다. ‘한국경제가 앞으로 무엇을 먹고 살 것인가’라는 대명제를 두고 비관론이 커지고 있는 시기여서 더 값지다. 이에 자극받아 다른 대기업도 기술개발과 투자에 힘쓴다면 한국경제 미래가 어둡지만은 않을 것이란 기대도 안겨준다. 전문경영인과 연구인력이 쏟은 정열과 땀의 결과다. 박수를 아낄 까닭이 없다.
좋은 일로 고무된 때에 궂은 일을 끄집어내는 게 도리가 아닌 줄 알지만, 그러기에 삼성그룹의 어두운 그늘이 더욱 아쉽게 와닿는다. 납품단가 인하 압력에 시달리는 하청기업의 어려움은 이번 개가를 ‘나홀로 고공 행진’으로 의미를 반감시킨다. 전근대적 지배구조, 불법 정치자금 제공 등 잊을 만하면 불거지는 의혹과 잡음은 높은 외연적 업적을 평가절하하게 만드는 요인이 되고 있다. 실적에 걸맞은 내면을 갖춰 명실상부한 세계적 기업이 되도록 삼성인들이 한층 더 힘써야 할 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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