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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4.06.27 18:23 수정 : 2014.06.27 18:23

국무총리의 거취는 매우 무겁게 다뤄야 할 사안이다. 대통령이 행사하는 수많은 인사권 가운데 가장 비중이 큰 직책이 총리다. 사표를 수리할 때도, 사표를 다시 거둬들일 때도 충분한 설명이 있어야 마땅하다. 그것이 국민에 대한 예의다. 박근혜 대통령은 정홍원 총리의 사의를 시한부로 반려할 때도, 뜻을 번복해 유임을 발표할 때도 이렇다 할 설명이 없다. 그저 대변인과 홍보수석의 입을 통해 짧게 언급했을 뿐이다. 먼저 대통령 의사소통 형식의 일방성과 국민을 대하는 태도의 성의 없음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박 대통령은 정 총리 유임 결정에 대해 국민에게 직접 설명하는 게 최소한의 도리다.

박 대통령이 윤두현 홍보수석을 통해 꼽은 정 총리 유임 결정의 이유는 “청문회 과정에서 노출된 여러 문제로 국정 공백과 국론 분열이 매우 큰 상황인데, 이런 상황을 더는 방치할 수 없다”는 것이다. 짧은 문장인데도 모순과 억지가 가득하다. ‘청문회 과정’이란 말 자체가 사리에 어긋난다. 박 대통령은 문창극 총리 후보자 임명동의안을 국회에 보내지 않았고 청문회 절차는 개시되지도 않았다. 사정이 이런데도 박 대통령이 청문회를 탓한다면 인사 실패의 책임을 야당과 언론에 떠넘기려는 적반하장이다.

새누리당은 한술 더 뜨고 있다. 윤상현 사무총장은 “국회 인사청문위원들을 검증하는 제도적 장치를 만들 때가 됐다”며 난데없이 ‘청문위원 검증론’을 들고나왔다. 국회의 기능과 권한을 스스로 부정하는 황당무계한 논리다. 궤변과 아부도 이보다 더할 수는 없다. 아무리 ‘대통령의 홍위병’을 자처한다고 해도 정신이 제대로 박힌 국회의원이라면 꺼낼 수도 없는 얘기다. 거듭되는 ‘인사 참극’의 원인이 청와대의 인사 실패에 있다는 점은 너무도 자명하다. 애꿎은 인사청문회를 트집잡으며 대통령의 인사실패를 덮고 김기춘 비서실장의 책임을 감추려는 것은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는 것이다.

박 대통령은 4월27일 정홍원 총리가 세월호 침몰사고에 대한 책임을 지고 사의를 표명하자 “사고 수습 이후 수리하는 게 바람직하다”며 시한부로 반려했다. 대통령의 이후 정치 행위는 총리 경질을 전제로 한 것일 수밖에 없다. 정 총리 유임으로 박 대통령이 했던 각오와 다짐은 모두 ‘빈말’이 되고 말았다. 대통령이 한 입으로 두말을 한 셈이니, 앞으로 대통령의 말에 영이 설 리가 없다. 대통령의 말에 권위가 실리지 않으면 국정이 흔들리게 되어 있다. 국정 공백과 혼란을 초래한 장본인은 바로 박 대통령이다.

박 대통령은 그동안의 허언에 대해 반성하고 머리를 숙여야 한다. 정 총리 유임으로 ‘대국민 사과’의 진정성도 뿌리째 흔들린 상황이다.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설명하고 이해를 구해도 시원치 않다. 그나마 그것이 박 대통령에게 국민을 존중하는 마음이 조금이라도 남아 있음을 입증하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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