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5.09.14 20:16
수정 : 2005.09.14 20:16
사설
홍석현 전 중앙일보사 사장이 삼성의 불법로비 창구 구실을 했다는 증거가 잇따라 드러나고 있다. 홍 전 사장이 삼성한테 받은 30억원을 중간에서 가로챈 사실이 밝혀진 데 이어, 삼성이 이회창 전 한나라당 대선후보 쪽에 건넨 60억원이 모두 홍 전 사장 집 부근에서 전달된 사실이 추가로 드러났다. 검찰이 이미 ‘국세청 대선자금 불법모금 사건’(세풍 사건) 수사나 보광그룹 탈세 수사 때 ‘정-경-언 유착’의 진상을 소상히 밝혀낼 수 있었음이 다시 한번 확인된 셈이다.
검찰의 세풍 사건 수사기록을 보면, 이회창 후보의 동생 이회성씨가 네 차례에 걸쳐 60억원을 건네받은 장소는 당시 홍 전 사장이 살던 ‘압구정동 모 아파트 주차장 앞’이었다. 검찰이 그 장소의 의미를 모르고 넘어갔을 리가 없다. 게다가 이런 종류의 사건에서 돈을 받은 사람만 밝혀내고 돈을 준 사람이 누구인지 알려고 하지 않는 것은 수사의 기본상식에도 어긋난다. 설사 검찰이 삼성 쪽의 ‘도마뱀 꼬리 자르기’ 전략에 넘어갔다고 하더라도 직무유기의 책임에서 벗어나기 어렵다.
검찰은 과거의 불명예를 씻기 위해서도 이번만큼은 진상 규명에 조금도 소홀함이 없어야 한다. 삼성이 여야 정치권에 제공한 불법 정치자금의 정확한 액수나 홍 전 사장의 개입 문제만이 수사 대상의 전부가 아니다. 관심의 초점인 이건희 삼성 회장의 개입 여부에 대해서도 한점 의혹을 남기지 말아야 한다. 옛 안기부 ‘엑스파일’의 또다른 중요한 내용인 삼성의 기아차 인수시도 의혹 역시 진상을 밝혀야 한다. 삼성이 정치권에 로비를 한 중요한 동기와 연관돼 있는데다, 사건 자체가 국가 경제를 나락으로 빠뜨린 시발점이었다는 점에서 간과하고 넘어갈 수 없기 때문이다. 검찰의 분발을 다시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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