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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VIP 체면 위해 ‘국조 골든타임’ 허비하나 |
세월호 국정조사 특위가 하루도 순탄할 날이 없다. 이 핑계 저 핑계 대면서 특위를 맥빠지게 해온 새누리당이 이번엔 ‘일정 보이콧’ 움직임까지 보이고 나섰다. 지방선거 전에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다 바꾸겠다’며 도와달라고 호소하던 모습과는 너무나 달라진 태도다.
국조특위 새누리당 간사인 조원진 의원은 “다음주 방통위, 케이비에스(KBS) 기관보고부터 청와대 일정까지 할지 안 할지 심각하게 생각해 보겠다”고 말했다. 7일부터 시작하는 기관보고 일정을 보이콧해 파행시킬 수도 있음을 내비친 것이다. 조 의원은 “기관보고가 파행하더라도 그건 야당 책임이지 여당 책임은 아니다”라며 미리 야당에 책임을 돌렸다.
새누리당은 표면적으로 김광진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의 2일 특위 발언을 문제 삼고 있다. 물론 김 의원이 박근혜 대통령과 관련된 녹취록 내용을 언급하면서 자신의 생각을 일부 섞어서 얘기한 것은 잘못이다. 하지만 김 의원은 실수를 인정하고 사과했다. 더구나 새누리당은 김 의원 발언 직후 한동안 일정을 거부해 이미 특위 파행 사태를 빚었다. 새누리당이 뒤늦게 다시 김 의원의 발언을 물고 늘어지는 데엔 뭔가 다른 의도가 있다고 볼 수밖에 없다.
김기춘 비서실장이 출석하는 10일 청와대 기관보고는 세월호 국정조사의 핵심 일정이다. 국민의 눈귀가 쏠리는 청와대 기관보고에서 야당은 청와대 책임론을 집중 제기할 가능성이 크다. 새누리당이 일정을 보이콧해 특위가 파행하면 청와대 기관보고는 늦어지거나 흐지부지되다가 아예 무산될 수도 있다. 새누리당 소속인 심재철 위원장은 이미 유족 변호인의 방청을 금지했고, 모니터링단 수도 2명에서 1명으로 줄여버렸다. 이런 일련의 움직임이 박 대통령과 김기춘 실장을 보호하려는 ‘방탄용 몽니’임을 짐작하기는 어렵지 않다.
특위에서 야당 의원들이 공개한 해경의 화상전화 녹취록을 보면 청와대가 구조보다 이른바 브이아이피(VIP) 보고에 더욱 신경을 쓴 대목이 나온다. 세월호 특위에 임하는 새누리당의 태도도 이와 다르지 않아 보인다. 사건의 진실을 밝혀내고 책임을 따지고 개선 방안을 마련하는 일은 안중에도 없는 듯하다. 오로지 대통령에게 불똥이 튀지 않도록 방어막을 치고, 비서실장을 겨냥한 야당의 칼날을 무디게 하는 데 전력투구하는 모습이다. 세월호 국정조사의 ‘골든타임’을 허비해 대통령과 비서실장이 체면을 구기지 않도록 하는 것이 새누리당 소속 특위 위원들의 지상과제인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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