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5.09.15 20:11
수정 : 2005.09.15 20:11
사설
국회가 이건희 삼성 회장의 국정감사 증인채택 문제를 놓고 진통을 거듭하고 있다. 이런 사이 이 회장은 건강상의 이유로 미국으로 출국해 버렸다. 이제는 국회가 이 회장을 증인으로 채택해도 닭 쫓던 개 지붕 쳐다보는 격이 될 공산이 커졌다.
사실 국회 법사위와 정보위가 이 회장의 증인 채택을 포기했을 때부터 맥이 빠질 대로 빠졌다. 현재 초미의 관심사는 옛 안기부 ‘엑스파일’과 관련한 이 회장의 육성 증언을 들을 수 있는지 여부인데, 가장 중요한 핵심이 빠져 버린 셈이기 때문이다. 그나마 남은 게 재경위인데, 여기서도 이 회장을 증인으로 채택할 전망은 불투명하다. ‘삼성 앞에만 서면 작아지는’ 정치권의 초라한 모습이 그대로 재현되고 있다.
국회가 이 지경이 된 일차적 책임은 물론 한나라당에 돌아가야 한다. 하지만 열린우리당 역시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이 회장 증인 채택 문제에서 계속 뒷걸음질만 치면서 정치력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게다가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은 국감 증인으로 노무현 대통령, 박근혜 대표까지 거론함으로써 스스로 국회를 희화화하고 말았다.
이 시점에 이 회장이 갑자기 미국으로 출국한 것도 썩 유쾌하지 못하다. 삼성 쪽의 설명처럼 이 회장의 건강이 악화해 출국했다는데야 별로 할말이 없지만 ‘도피성 출국’이 아니냐는 의구심을 지우기 어렵다. 실제 이 회장은 2004년 대선자금 수사 때도 미국에 나가 있다가 수사가 마무리되고서야 돌아온 전력이 있다. 삼성이 자랑하는 세계 정상급 수준의 삼성서울병원을 놓아두고 굳이 미국 병원에서 정밀진단을 받아야 할 까닭이 있는지도 궁금하다. 이 회장이 만약 ‘소나기는 일단 피하고 보자’는 얄팍한 생각에서 떠난 것이라면 정말 유감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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