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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에너지의 날’ 빛낸 서울의 ‘원전 줄이기’ 성과 |
엊저녁 남산엔타워, 6·3빌딩, 국회의사당 등 서울을 비롯한 14개 시·도의 건물에서 불이 꺼졌다. 제11회 에너지의 날을 맞아 전국적인 소등행사가 벌어진 것이다. 2003년 8월22일 전력소비가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 날을 기억해 시민단체들이 이듬해부터 연례적으로 절전 행사를 벌여왔다.
대규모 정전과 기후변화를 억제하자는 문화행사이지만 실질적 효과도 낸다. 반시간쯤의 절전으로도 원자력발전소 1기의 발전량에 버금가는 870메가와트시의 전력소비 감축 효과가 난다고 한다. 이런 절약이 상시화한다면 원전 한 기를 짓지 않아도 된다.
바로 그런 일이 서울시에서 벌어지고 있다. 서울시는 2012년 5월 ‘원전 하나 줄이기’ 사업을 시작했다. 원전 한 기가 생산하는 전력량만큼을 에너지 절약과 효율화, 재생에너지 생산으로 충당하자는 것이다. 올 연말까지 석유로 환산해 200만t의 에너지를 절감한다는 목표를 세웠는데 6개월 앞당겨 달성했다.
절약의 내용을 들여다보면 의미가 크다. 시민참여형 에너지 절약 프로그램인 에코마일리지에 170만명이 참여했고 시내 지하철 역사의 조명등 43만개를 모두 절전형 전등인 엘이디(LED)로 바꿨다. 3757개의 ‘햇빛발전소’가 30만가구가 쓸 전기를 생산하게 됐다. 지난해 에너지 소비 구조가 비슷한 서울·대구·광주·대전 가운데 전력사용량이 서울에서만 1.4% 감소했다. 이 사업을 통해 2만여개의 녹색 일자리가 생겨난 것도 눈에 띈다.
물론 이 사업으로 당장 원전 1기가 멈추는 것도, 원전 건설 계획이 바뀌는 것도 아니다. 서울의 전력자립도는 여전히 4.3%에 그친다. 서울 시민이 쓸 전기를 공급하기 위해 원전과 화력발전소 주변 주민들은 사고 위험과 송전탑 건설의 고통을 감내하고 있다. 그 과정에서 나온 핵폐기물도 결국 지역으로 갈 것이다.
그럼에도 서울시의 시도가 중요한 것은 미래 에너지 정책의 핵심 과제인 수요관리와 분산형 전원을 앞장서 실천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도 제2차 에너지기본계획에서 이 점을 앞세우고 있지만 애초 에너지 수요 전망과 핵발전 비중을 과다하게 잡는 바람에 말잔치로 끝나고 말았다.
발전소를 많이 지어 공급을 늘리는 것으로는 기후변화에 대응하고 대규모 정전 사태를 막는 것이 불가능하다. 그런 점에서 절약과 효율화, 분산형 재생에너지를 토대로 한 서울시의 ‘원전 하나 줄이기’는 다른 지자체에도 모범이 될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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