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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09.19 19:16 수정 : 2005.09.19 19:16

사설

한반도를 위기 상황으로 몰아넣었던 북한 핵 문제를 풀 기본 토대가 마련됐다. 남북한과 미국·중국·일본·러시아가 참가한 6자 회담 대표들이 오랜 협상과 진통 끝에 마침내 이뤄낸 결실이다. 상호 존중과 인내심을 발휘하며 협상을 타결로 이끈 각국 대표들의 노고를 치하하며 온겨레와 함께 기쁨을 나누고자 한다. 또한 참가국들이 이번 합의 정신을 살려 앞으로 한반도 평화를 확고히 수립하는 데 계속 노력해 주기를 당부한다.

이번 합의는 막판 쟁점 사항이었던 북한의 평화적 핵 이용 권리에 대한 참가국들의 ‘존중’ 표시와 경수로를 북한에 제공하는 문제를 적당한 시점에 논의하도록 하면서 극적으로 이뤄졌다. 북한과 미국을 갈라놓았던 불신의 골을 메울 토대가 마련된 것이다. 이 난제가 풀리면서 북한은 모든 핵무기와 현존하는 핵 프로그램을 포기하고, 이른 시일 안에 핵확산금지조약(NPT)에 복귀하며,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감독에 들어갈 것을 약속했다. 미국은 핵무기나 재래식 무기로 북한을 공격하거나 침략할 의사가 없음을 확인했다.

북한과 미국은 서로 주권을 존중하고 평화적으로 공존하며 양국 관계를 정상화하는 조처를 취하기로 했다. 북한과 일본도 평양선언 정신에 따라서 양국 관계를 정상화하는 조처를 취하기로 했다. 이 밖에 미국을 포함한 5개국은 북한에 에너지를 제공하기로 하고, 한국은 북한에 200만KW의 전력을 제공하는 ‘중대 제안‘을 재확인했다.

이번 합의는 국제적으로 정치적 구속력을 갖는 공동성명 형식을 취해 참가국들의 확고한 의지를 담았다. 중국 쪽 수석대표의 표현대로 “6자 회담이 개최된 2년 이래 가장 중요하고 단계적인 성과”를 이뤄낸 것이다. 2002년 10월 제임스 켈리 미국 특사의 방북 이후 터져 나온 2차 북핵 위기가 35개월 동안의 갈등 과정을 거쳐 마침내 평화적 해결 단계에 접어든 것이다.

좀체 좁혀질 것 같지 않던 북한과 미국의 이견이 타협점을 찾게 된 것은, 만일 이번에도 합의안을 도출하지 못하면 최악의 사태로 치닫게 될지 모른다는 위기감 때문이었다. 회담이 결렬될 경우 각국이 모두 패자가 될 수밖에 없는 절박함이 어렵게 보이던 막판 양보를 하게 한 것이다. 경수로 문제에 대해 완강한 태도를 고수하던 워싱턴의 자세가 누그러진 데는 북한이 경수로를 공동 관리에 맡기겠다는 뜻을 밝힌 것이 주효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북한과 미국 사이를 오가며 창의적 중재와 설득에 나선 우리 정부와 의장국 중국의 노력이 합의에 이르는 데 큰 보탬이 됐다.

이번 합의가 앞으로의 협상 성공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앞으로 협상이 구체적으로 진행되면 숱한 난관이 닥칠 것이다. 특히 북한의 평화적 핵 이용권과 경수로 문제는 더 논의할 사항들이 많다. 그런 의미에서 보면 이번 합의는 긴 협상 과정에서 첫단추를 성공적으로 끼운 것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회담 참가국들이, 특히 핵심 당사자인 북한과 미국이 우여곡절을 거치며 합의에 도달했고, 앞으로 ‘말 대 말’ ‘행동 대 행동’ 원칙에 따라 조율된 조처를 취하기로 합의했으므로 긍정적인 진전이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번 합의를 토대로 최종적으로 완전한 합의문이 나올 수 있도록 관련국들이 더욱 노력해 주기 바란다.

합의문에 한반도 영구 평화체제 문제를 다룰 별도의 관련국 포럼을 열기로 한 것도 기대감을 높인다. 단순히 북핵 문제 해결 차원을 넘어 한반도의 불안정한 정전체제를 굳건한 평화체제로 바꾸는 근본적인 문제를 주요 관련국이 집중적으로 다루기로 했다. 한반도와 동북아에서 냉전 체제를 허물고 평화를 확고히 뿌리내리는 날이 하루빨리 오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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