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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야권연대도 ‘종북’이라는 법무부의 견강부회 |
매향리 미군폭격장 반대운동, 미군 장갑차 여중생 사망사건 항의, 한-미 자유무역협정 반대운동, 광우병 촛불시위, 제주 해군기지 반대운동 등은 2000년 이후 벌어진 대표적인 대중운동이다. 정부 정책에 대한 비판이나 사회적 공분을 일으킨 사건에 대한 항의에서 출발해 상당 부분 정부의 변화를 이끌어낸, 국민의 정당한 권리 행사다. 지역 주민 등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하고 사회단체들이 힘을 합치면서 대중적 저항으로 번진 이들 운동에는 통합진보당도 일부분으로 참가했다.
이들 대중운동이 북한의 대남혁명전술에 따른 것이라는 어처구니없는 주장이 나왔다. 심지어 2012년 총선 때의 야권연대까지 북한의 대남혁명론에 따른 것이라고 주장한다. 삿대질만 일삼는 ‘아스팔트 극우’ 인사의 말이라도 황당했을 이런 주장을, 명색이 정부 부처라는 법무부가 버젓이 공식문서에서 늘어놓았다. 30~40년 전 유신과 군부독재의 암흑기를 떠올리게 하는 시대착오에 아연하지 않을 수 없다.
법무부가 8월 말 통합진보당 정당해산심판 사건을 심리중인 헌법재판소에 낸 의견서를 보면, 이런 주장의 근거는 이들 대중운동에 통합진보당 인사들이 참여했다는 것 정도다. 북한 쪽이 이들 운동에 관한 성명을 냈고, 진보당 인사들이 회의를 통해 이들 운동에 적극 참여하기로 했으며, 북한의 관련 지령도 있으니 결국 북한의 대남혁명전술에 따른 것이라는 주장이다.
이런 주장대로라면 ‘북한이 언급한 문제를 주장하면 그게 곧 종북’이 된다. 참으로 단순하고 무지막지한 억지다. 법무부는 이런 주장을 펴면서 진보당이 이들 운동의 참가자일 뿐이라는 점, 이들 운동이 사회적 공분과 시민의 자발적 참여로 벌어졌다는 사실을 깡그리 무시했다. 2008년 광우병 촛불시위만 하더라도 당시 대검 공안부장이던 박한철 헌법재판소장이 현장을 둘러본 뒤 ‘시민의 자발적 참여로 봐야 한다’며 강경 대응에 반대한 바 있다. 매향리 문제도 오랫동안 고통을 받아온 주민들의 사격장 폐쇄 요구에서 시작됐고, 효순·미선이 사건도 여중생의 억울한 죽음에 대한 공분으로 촉발돼 당시 한나라당의 이회창 대통령후보까지 거리 추모행사에 참가할 정도였다. 그런데도 지금 와서 법무부는 여기에 ‘종북’ 딱지를 붙이려 하고 있다. 이것저것 되는대로 끌어다 붙이는 견강부회도 서슴지 않는다. 종북 프레임으로 비판 세력을 봉쇄하려는 의도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병적인 집착이 아닌지까지 묻게 된다. 당장 철회해야 마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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