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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4.09.24 18:21 수정 : 2014.09.24 18:21

교육부가 24일 발표한 ‘2015 문·이과 통합형 교육과정’은 공통과목인 통합사회와 통합과학을 국정교과서로 추진하는 것을 핵심으로 하고 있다. 통합사회에는 세계사, 정치와 법, 윤리와 사상 등 이념적 논란이 큰 분야가 포함돼 있다. 통합과학 역시 진리가 하나라기보다는 다양한 관점에서 접근해야 그 내용을 풍부하게 채울 수 있는 교과목이다.

비록 확정된 건 아니더라도 이를 ‘국정’이라는 이름 아래 획일화의 틀에 가두려 한다면 시대를 1970년대로 되돌리겠다는 것이나 다름없다. 국정교과서로 교육에 대한 통제와 관리를 강화해 권력을 유지하던 시대로 말이다. 국제적 흐름에서도 한참 벗어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주요 회원국들 가운데 국정교과서를 발행하는 나라는 하나도 없다. 교육부가 만든 ‘주요국의 교과서 발행체제 비교’ 자료를 보면 미국·영국·프랑스·독일·노르웨이 등 오이시디 회원국 11개 나라 모두 국정교과서는 없고, 검정·인정·자유발행제다. 국정교과서가 있는 나라는 북한·베트남·스리랑카·몽골 등 오이시디 비회원국이 대표적이다. 그러니 국정교과서를 만들려면 이 기구부터 탈퇴하는 게 맞는지도 모르겠다.

국정 체제는 새 교육과정의 인간상인 ‘창의·융합 인재’와도 배치된다. 이런 인재상을 키우려면 해석의 다양성과 토론이 중요한데, 국정교과서로 배우는 학교 수업은 그저 주입식·암기식 교육으로 전락할 가능성이 크다.

교육부 관리들이 이를 모르지 않을 터인데 추진을 시도하는 건 아마도 뜻이 다른 데 있기 때문일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의 의지가 실려 있는 한국사 국정화를 실현하기 위해 사전 정지작업을 벌이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다. 교육부가 뻔한 거짓말을 하는 것도 한국사 국정화를 위해 물불 가리지 않는 분위기를 보여준다. 교육부 관계자는 “처음 만드는 교과서는 혼란을 최소화하기 위해 모두 국정으로 발행해 왔다”고 설명했는데, 사실과 다르다. 처음 만든 교과서 중 ‘2009 교육과정’부터 도입된 한국근현대사, 동아시아사, 융합과학 등은 검인정으로 발행했다.

이번 교육과정의 문제점은 이것만이 아니다. 말만 문·이과 통합형일 뿐 공통과목의 필수 이수단위가 너무 적어 국·영·수 편중 교육이 될 게 확실해 보인다. 이미 자사고와 특목고의 국·영·수 비중은 거의 60~70%에 이른다. 앞으로 더 높아지면 정상적인 학교교육이 이뤄질지 의문이다. 개정안은 일관된 교육철학이 없이 외부의 요구사항을 그때그때 땜질식으로 메우고 있다. 대표적인 게 소프트웨어 교육으로 산업계의 민원과 정권의 의지를 억지로 담고 있다.

교육과정은 우리나라 교육의 방향타 구실을 한다. 학교 현장에 미치는 영향력 또한 절대적이다. 그런 만큼 기존 교육과정의 결과나 효과를 객관적으로 분석하고, 사전에 충분한 의견수렴을 거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긴 호흡으로 차분하게 원점에서 다시 추진해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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