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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한꺼번에 몰려온 실물·금융 이상징후 |
이런저런 대내외 난제가 겹치면서 경제 상황을 두고 걱정하는 얘기가 많아졌다. 정부 경기부양책과 한국은행 기준금리 인하 등에 힘입어 한동안 상승세를 타던 분위기가 다시 하강세로 돌아서는 게 아니냐는 것이다. 금융시장과 실물경제 부문에서 그냥 넘기기 어려운 대목이 새로 불거지거나 더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와 한은이 예의 주시해야 함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금융시장에는 먹구름이 잔뜩 끼어 있다고 해도 그르지 않다. 코스피 지수는 그저께 2000선이 깨진 데 이어 어제 1976까지 빠졌다. 삼성전자를 비롯한 국내 기업들의 실적 악화 예상에다, 미국 달러 강세 현상이 큰 구실을 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그 여파로 외국인 투자 자금이 많이 빠져나갔다고 한다. 특히 수출입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환율이 출렁이고 있다. 원-달러 환율은 그간의 하락세에서 벗어나 상승세를 보이고 있지만 원-엔 환율이 큰 폭으로 하락하고 있는 것이다. 세계시장에서 경쟁하는 한국과 일본 상품이 많은 상황에서 우리 수출기업에는 상당한 타격이 될 수밖에 없다.
실물경제도 녹록지 않은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성장률이 지난 1분기(1~3월) 3.9%로 오른 뒤 2분기에는 세월호 여파 등으로 3.5%로 떨어졌다. 몇몇 기관에서는 올해 전망치를 다시 낮춰잡고 있다. 3, 4분기에 큰 반등을 기대하기 쉽지 않다는 말 아닌가. 소비자물가는 지난달 1.1%의 상승률을 기록한 데서 보듯 저물가 상태의 연속이다. 아직 디플레이션을 걱정할 정도는 아니지만 성장동력을 손상하고 채무 부담을 늘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정부의 경제 수장인 최 부총리는 어제 관훈클럽 토론에서 금융시장 급변동과 관련해 “충분한 대비책을 마련해 놓고 있다”고 말했다. 또 부양책이 효과를 내면 올해 4분기부터는 1%대의 분기 성장률을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최 부총리의 이런 자신감 넘치는 발언이 현실이 됐으면 좋겠다. 하지만 안심할 수는 없다. 작은 변수 하나가 엄청난 후과를 몰고오는 게 세계화 시대의 경제 현실이다. 대외 의존도가 높은 우리 경제는 더 그렇다. 그런 만큼 우리 경제의 취약점이 무엇이고, 우리가 통제할 수 있는 변수가 무엇인지, 그리고 취약점을 줄이려면 무엇을 해야 하는지 점검할 필요가 있다. 경기부양책이 제대로 시행되고 있는지도 살펴봐야 한다. 정부와 한은이 머리를 맞대는 것은 물론, 전문가와 이해관계자들의 의견에도 귀를 기울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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