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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4.10.07 23:27 수정 : 2014.10.07 23:27

불법이나 편법으로 외국인학교에 입학한 정황이 또 드러났다. 이번에 밝혀진 5명은 모두 두산, 범현대가, 범엘지가 등의 자녀다. 현지에 투자만 하면 영주권이나 국적을 쉽게 얻을 수 있는 싱가포르나 에콰도르, 캄보디아가 이용됐다. 돈 있는 사람들의 외국인학교 부정입학은 이번만이 아니다. 2012년 인천지방검찰청에서 47명의 학부모를 적발했는데, 그 명단에는 노현정 전 아나운서(정몽준 전 의원 조카며느리)와 탤런트 박상아(전두환 전 대통령 며느리)의 이름이 오른 바 있다.

돈 있고 권력 있는 사람들이 불법으로라도 자녀를 외국인학교에 입학시키려는 것은 ‘그들만의 리그’를 계속 유지하기 위해서다. 애초 외국인학교는 국내에 거주하는 외국인 자녀를 위해 설립된 것이다. 그러나 모든 수업이 영어로 진행되는데다 자녀를 홀로 외국에 유학 보내지 않아도 되기에 상류층 사이에서는 조기유학의 대안으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고 한다. 게다가 상류층 자녀들끼리 학교를 기반으로 인맥까지 쌓을 수 있어 ‘특권학교’라는 위상까지 얻었다.

과거 일부 재벌가와 지도층 인사들은 자식을 군대에 보내지 않기 위해 미국으로 ‘원정출산’을 보내더니, 이제는 자식에게 외국인학교 졸업장을 안겨주기 위해 국적마저 바꾸고 있는 것이다.

현재 우리나라 재벌들은 대개 3~4세가 경영 일선에서 진두지휘를 하고 있다. 별 탈이 없으면 외국인학교에 다닌 자녀가 이를 이어받아 4~5세 후계체제를 이어갈 것이다. 하지만 어릴 때부터 불법과 편법으로 구축된 특권의 성에서 자란 이 아이들이 자라서 어떤 기업윤리나 사회적 책임을 다할 수 있을지 참으로 의문이다. 창업주나 2세들의 ‘그늘’에 대해서는 그래도 자본주의의 역사적 배경이 짧고 압축성장의 과정에서 빚어진 것이라 이해해주는 측면도 있지만, 그 이후 세대를 보는 눈은 냉정할 수밖에 없다. 재벌가 사람들은 재벌 개혁에 반발하고 부자에 대한 사회의 부정적 시선에 볼멘소리를 할 것이 아니라 스스로 돌아보고 반성해야 한다. ‘노블레스 오블리주’는 못하더라도 최소한 법과 윤리는 지켜야 할 것이 아닌가.

교육부는 지난해 7월 부정입학이 세 번 적발된 외국인학교는 내국인 학생을 모집할 수 없게 해 사실상 퇴출시키는 ‘삼진아웃제’를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지금껏 법령 개정조차 이뤄지지 않고 있다. 여전히 불법과 편법이 횡행하고 있다. 외국인학교가 설립목적에 맞게 운영될 수 있도록 근본적인 대책을 내놓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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