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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전단 살포’ 문제로 총격까지 벌인 남북 |
대북 전단 살포 문제로 남북이 총격을 벌이는 이례적인 일이 벌어졌다. 단순한 신경전을 넘어선 상황이다. 남북 관계의 현주소를 잘 보여준다.
북쪽이 10일 오후 우리 민간단체가 날린 대북 전단을 향해 여러 발의 고사총을 발사한 것은 과잉 대응이다. 공중을 향해 쐈다고는 하나 결국은 남쪽으로 사격을 한 것이어서 도발이라고 할 수 있다. 이에 맞서 우리 군은 수십 발의 기관총 사격을 했다. 목표를 어떻게 설정했는지는 분명하지 않지만 이 또한 과잉 대응일 수 있다. 다행히 인명 피해가 없는 등 국지전 상황까지 발전하지는 않았지만 남북 사이의 긴장은 높아질 수밖에 없다.
앞서 지난 7일 오전에는 연평도에 가까운 서해 북방한계선(NLL) 부근에서 남북 함정 사이에 총격전이 벌어졌다. 박근혜 대통령은 이와 관련해 ‘북한이 최근 도발과 유화적 모습 등 이중적 행태를 보인다’고 했으나, 북쪽은 거꾸로 남쪽을 비난하고 있다. 북쪽은 8일 총격전에 항의하는 내용의 전통문을 청와대 국가안보실에 보내오기도 했다.
북방한계선과 전단 문제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북쪽은 지난달부터 남쪽이 남북 관계를 풀려는 의지가 있다면 전단 문제부터 해결하라고 주장해왔다. 정부가 사실상 대북 전단 살포를 방관하고 있다는 게 북쪽의 주장이다. 이에 대해 정부는 민간 단체의 전단 살포를 막을 근거가 없다는 입장이다. 통일부가 10일 보수 성향 단체에 대북 전단 살포를 자제해달라고 요청하기는 했으나 힘이 크게 실린 것은 아니었다. 대북 전단에는 북쪽 정권이 보기에 자극적인 내용이 담겨 있다.
이달 초 황병서 인민군 총정치국장 등 북쪽 실세들의 전격적인 남쪽 방문에도 불구하고 남북 관계는 뚜렷한 전기를 찾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북한 인권 문제가 유엔에서 본격적으로 제기되는 등 전선이 더 확장되는 양상마저 나타난다. 이번 ‘전단 총격’은 이런 상황에서 발생한 것이어서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지금과 같은 대립 구도로 남북 관계를 끌고 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북쪽은 지속적으로 대화 공세를 펴고 있고, 우리 정부도 대화를 해야 한다는 입장은 변함이 없다. 그렇다면 적극적으로 긴장 요인을 줄이고 관계 개선의 계기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 지금처럼 사안마다 서로 치고받는 식으로 대응해서는 상황에 휘둘리기가 쉽다. 상대를 배려하고 있다는 의도가 느껴져야 신뢰가 쌓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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