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요메뉴 바로가기

본문

광고

광고

기사본문

등록 : 2014.10.16 18:40 수정 : 2014.10.16 18:40

‘5월광장의 어머니들’이 아르헨티나 민주화운동의 상징이듯, 민가협(민주화실천가족운동협의회) 어머니들은 한국 민주화운동의 상징이다. 그 민가협의 목요집회가 16일로 1000회를 맞았다. 1993년 당시 문민정부가 ‘한국에는 양심수가 없다’며 양심수 석방요구를 거부한 것이 계기가 돼 그해 9월23일 서울 종로 탑골공원에서 처음 목요집회가 시작됐다. 그때부터 21년 동안 민가협 어머니들은 매주 목요일이면 어김없이 보랏빛 수건을 두르고 ‘양심수 석방과 국가보안법 철폐’를 외쳤다. 이들의 보랏빛 수건에는 인권유린 없는 참민주세상을 향한 염원이 담겼다.

민가협 목요집회는 21년 됐지만, 민가협의 역사는 그보다 훨씬 길다. 1985년 5월 5공화국 군사정권하에서 서울 미국문화원 점거농성 사건으로 대학생들이 대거 구속되자 학부모들이 구속학생학부모협의회를 결성했다. 이어 구속노동자가족협의회·청년민주인사가족협의회·장기수가족협의회·유가족협의회 등 다른 민주화운동 가족 모임들이 손을 잡고 그해 12월12일 민가협이라는 한 지붕 아래 모였다. 그러나 더 멀리 보면 1974년 민청학련 사건으로 만들어진 구속자가족협의회가 민가협의 뿌리라고 할 수 있다. 민가협은 박정희 유신정권 이래 40년 동안 한국 민주화운동에 헌신한 살아있는 역사인 셈이다.

민가협 어머니들은 군사정권 시절 내내 학생·노동자·민주인사들의 구금과 고문 등 국가권력의 인권유린에 맞서 싸웠다. 그러는 과정에서 민가협 어머니들은 경찰차에 실려가 버려지고 구타를 당하고 구속되기도 했다. 그러나 민가협 어머니들은 물러서지 않고 강인한 모성의 힘으로 이 땅의 민주주의를 전진시켰다. 2000년대 이후 민가협은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의 석방운동에도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민가협은 주기적으로 양심수와 양심적 병역거부자 수를 밝히고 있는데, 10월 현재 양심수는 39명, 또 지난 6월 기준으로 양심적 병역거부 수감자는 618명에 이른다. 인권이 보장되는 제대로 된 민주사회에서라면 감옥에 있어서는 안 될 사람들이다.

나라가 군사정권 때로 돌아간 듯한 이런 시절이 민가협 어머니들의 활동을 다시 주목하게 만들고 있다. 민가협 활동은 어쩌면 진작 끝났어야 했다. 그러나 양심수를 만들어내는 국가권력의 인권침해가 계속되는 한 민가협의 활동은 멈추지 않을 것이다. 우리 사회가 널리 인권이 보장되는 민주사회로 바뀌는 것이 민가협 어머니들을 쉬게 하는 길이다.



광고

브랜드 링크

멀티미디어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한겨레 소개 및 약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