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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감사원 자료로 더욱 증폭된 ‘7시간 미스터리’ |
국회 국정감사 과정에서 공개된 세월호 참사 당일 청와대의 대응과 관련한 감사원의 자료를 보면 ‘감사 결과’라는 말을 붙이기조차 민망하다. 청와대 국가안보실 등에서 오전과 오후 몇 차례 해양경찰청 상황실의 오락가락하는 보고에 기초해 대통령에게 구조된 승객 수 등에 대해 갈팡질팡 보고했다는 정도가 고작이다. 청와대가 박근혜 대통령의 행적과 관련해 감사원에 보낸 자료는 달랑 A4 용지 2장 분량의 짧은 보고서였다는 사실도 드러났다. 감사원이 감사 내용을 모두 공개했는지는 알 수 없지만 분명한 사실은 청와대는 진실 감추기로 일관하고 감사원 역시 제대로 된 감사를 포기했다는 점이다.
그동안 청와대는 참사 당일 박 대통령에게 유선과 서면으로 24차례나 보고를 했다고 말하면서도 박 대통령이 어떤 지시를 내렸는지에 대해서는 함구해왔다. 이번 감사원 자료에서도 그 대목은 여전히 빈칸으로 남아 있다. 이는 결국 대통령에 대한 비서실의 보고가 ‘메아리 없는 일방통행식 보고’에 그쳤을 가능성이 큼을 보여준다. 숨길 이유가 전혀 없는 박 대통령의 지시 내용에 대한 언급이 없는 것은 애초 아무런 지시가 없었기 때문 말고는 다른 이유를 생각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박 대통령이 참사 당일 오후 5시15분께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를 방문해 “학생들이 구명조끼를 입었다는데 그것을 발견하기 힘이 드느냐”는 엉뚱한 질문을 한 광경은 참으로 놀랍고 의아스러웠다. 온 국민이 알고 있는 세월호 상황을 왜 대통령만 모른 채 별나라에서 온 사람 같은 엉뚱한 소리를 하고 있을까 하는 궁금증이 급속도로 확산된 계기이기도 하다. 그런데 감사원 자료를 보면 국가안보실은 박 대통령이 중대본을 방문하기 전에 “구조되지 못한 승객들 대부분이 배에 갇혀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한 것으로 나와 있다. 그런데도 박 대통령이 그런 엉뚱한 질문을 한 것을 보면 보고를 받고서도 그 내용을 전혀 이해하지 못했다는 이야기밖에 되지 않는다. 대통령이 당시 어떤 상황에 있었기에 그런 기초적인 판단마저도 하지 못했는지 궁금증이 더욱 커진다.
세월호 참사 당일 박 대통령의 행적 문제는 목구멍에 걸린 가시와 같은 존재다. 대통령 자신도 거북하기 짝이 없겠지만 우리 사회 전체도 마찬가지다. 세월호 참사 이후 우리 사회가 겪는 극심한 통증의 진원지 가운데 하나가 바로 그 문제이기 때문이다. 분명한 사실은 그 가시를 빼내는 일은 청와대가 회피한다고 해서 회피할 수 있는 성격도 아니고 그래서도 안 된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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