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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교황청의 의미있는 동성애자 포용 시도 |
교황청이 세계주교대의원회(주교 시노드) 임시총회에서 ‘동성애자를 포용하려 한 시도’가 보류됐다. 교회가 동성애자를 환대하고 이혼·재혼자도 영성체를 받을 수 있도록 한 개혁안에 대의원 180명 가운데 118명이 찬성하고, 62명이 반대했다. 3분의 2 찬성에 2명이 모자라 아쉽게 통과되지는 못했다.
동성애자 포용을 반대한 가톨릭 내 보수파들은 국내외를 가리지 않고 환영의 뜻을 밝히고 있다. 그러나 동성애자 포용 문제가 가톨릭 공식 기구에서 논의된 것 자체가 큰 진전이다. 따라서 앞으로 1년간 각 지역교회의 의견 수렴과 내년 10월 열릴 시노드 정기총회에서 더 활발한 논의가 전개될 가능성이 크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프란치스코 교황의 의지다. 교황은 보고서 채택 과정을 투명하게 모두 공개하며 논의를 촉발했다. 교황은 “하느님께서 동성애자를 바라볼 때 애정을 가지고 그 존재를 인정할까, 아니면 그를 단죄하면서 물리치실까”라고 물은 바 있다. 현실적 고통 속에 있는 동성애자 신자들에 대한 목자적 연민이 담겨 있는 물음이다.
하지만 차별금지법 안에 동성애자가 포함됐다는 이유로 법안 통과를 무산시키는 데 앞장선 국내 개신교 보수단체들의 모습에선 그런 연민이 보이지 않는다. 이들은 서울시가 최근 추진중인 서울시민인권헌장까지 반대하고 있다. 서울시민인권헌장은 공모 지원자 1570명 가운데 성별, 지역, 나이를 골고루 나눈 뒤 제비뽑기를 해서 시민위원 150명을 선정해 전문가 30명이 전체회의를 해 결정된다. 현재 여섯번 중 세번 열린 회의에서 차별 금지 대상을 여성, 장애, 연령, 인종, 성소수자 등으로 열거할 것인가, 아니면 일반적으로 차별하지 말라고 할 것인가 정도만 논의하고 있다. 그런데도 반대파들은 ‘동성애 합법화’라며 박원순 시장까지 공격하고 있다.
동성애가 퍼지지 않을까 하는 우려는 얼마든지 있을 수 있다. 하지만 그릇된 정보에 근거해 인간을 혐오한다거나 차별할 권리는 누구에게도 없다. 동성애자 차별 금지에 반대한 기독교인들은 예수가 큰 고초를 자초하면서까지 안식일을 지키라는 율법 대신 병자를 고치는 사랑을 택했다는 사실을 유념해야 한다. 사회적 차별로 인한 극심한 고통을 이기지 못해 지금도 자살을 택하고 있는 숱한 동성애자에 대한 종교적 차원의 배려를 강구해야 한다. 그런 차원에서 교황청의 이번 시도는 율법적 정죄 속에 숨도 못 쉬는 이들을 구제하기 위한 기독교적 사랑을 찾으려는 것으로 평가받아 마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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