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5.09.22 19:29
수정 : 2005.09.22 19:32
사설
지난 2002년 민주당 전북도지사 후보 경선 과정에서 ‘선거인단 바꿔치기’가 저질러졌음을 법원에서 확인했다. 전주지방법원은 엊그제 이 사건에 연루돼 기소된 강현욱 후보(현 전북지사) 쪽의 핵심참모 4명에게 모두 유죄를 인정하고 중형을 선고했다. 이승만 정권 아래서 자행됐던 투표함 바꿔치기를 연상하게 하는 파렴치한 범죄행위가 21세기 들어서도 그대로 재연됐다니 놀라울 뿐이다. 재판부의 말대로 “자유민주주의 근간인 선거의 참뜻을 왜곡”한 “전대미문의 비리”다. 재판부가 이례적으로 피고인들에게 검찰의 구형량보다 많은 형량을 선고한 것도 죄질이 나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당시 경선에서 강 후보는 불과 35표 차이로 당선됐다. 게다가 경선 과정에서 강 후보 쪽이 금품을 뿌린 혐의까지 드러난 점을 고려하면 강 지사는 전북도민의 뜻과는 무관하게 비리와 부정을 통해 도지사의 자리에 오른 셈이다. 그런데도 강 지사는 자신이 직접 나서서 사과도 하지 않고 있다. 고작 행정부지사를 통해 “본인의 선거 종사자가 개인적으로 진행시킨 것” “주변 관리를 못한 데 따른 죄책감” 정도의 이야기만 했을 뿐이다. 강 지사의 이런 모습은 전북도민을 무시하는 오만한 태도다.
강 지사는 경선 비리에 자신이 얼마나 관여했는지를 고백하고 전북도민들에게 진심으로 사과해야 한다. 또한 도의적·정치적 책임을 지고 깨끗이 지사직에서 물러나는 것이 도리다. 당시 경선 관리의 책임을 지고 있던 민주당이나, 강 지사가 현재 소속돼 있는 열린우리당 역시 ‘우리는 모르는 일’이라고 수수방관해서는 곤란하다. 내년 지방선거의 각종 후보 경선에서 이런 비리가 재발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도 강 지사의 자진사퇴와 이번 사태의 엄중한 마무리는 필수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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