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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정직한 소비자를 바보로 만든 ‘아이폰6 소동’ |
2일 새벽 서울의 일부 이동통신 대리점과 판매점에서 진풍경이 벌어졌다. 출고가격 79만원짜리인 아이폰6가 10만원대에 나와 소비자들이 해당 점포 앞에서 장사진을 이뤘다. ‘이동통신단말장치 유통구조 개선에 관한 법률’(단통법)이 시행 한 달여 만에 무력해지는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정부의 철저한 조사로 책임 소재를 가려야 할 일이다.
10만원대 아이폰6의 등장은 불법 보조금 탓으로 볼 수밖에 없다. 이통사들이 공시한 아이폰6의 보조금 한도(25만원)에다 대리점의 재량 보조금 등을 최대한 적용하더라도 정상 판매가격은 45만~55만원 선인데 10만원대에 팔았다. 대당 30만~40만원을 누군가 부담한 것이다. 명백한 단통법 위반이다.
이통사들은 이날 새벽 소동을 벌인 판매점과 대리점은 대략 10여곳이며, 여기서 헐값 아이폰6를 받은 가입자 또는 기기변경자는 1만명 남짓일 것으로 추산한다. 이동통신 전체 가입자의 0.02% 정도다. 이처럼 극소수의 소동으로 ‘이용자 차별 금지’라는 단통법 취지가 훼손됐다. 지난 한 달 동안 국내 제조사 제품을 정상 가격에 산 소비자들만 결과적으로 바보가 됐다.
방송통신위원회와 미래창조과학부는 불법 보조금의 종잣돈이 이통사에서 흘러온 것이라고 의심하고 있다. 이동통신 3사가 아이폰6 출시를 계기로 가입자 확보 경쟁에 나서면서 판매 현장에 장려금을 듬뿍 뿌렸다는 것이다. 이통사들은 최근 장려금을 늘린 것은 맞지만 현장에서 벌어진 불법 보조금 지급의 책임은 일단 부인하고 있다. 그러나 군색한 변명으로 들린다. 이례적으로 주말에 신규 번호이동과 기기변동이 가능하도록 이통사들이 전산망을 열어놓았다는 사실을 봐서는 방조 또는 묵인 의혹이 짙다. 방통위는 곧바로 현장 조사에 들어가 책임 소재를 가려낸 뒤 제재를 하고 처벌하겠다고 밝혔다. 소동의 재발을 막으려면 당연한 조처다.
단통법의 취지는, 과도한 단말기 보조금 지급에 따른 통신 이용자들 사이의 차별을 없애고 단말기와 요금 과소비를 억제해 가계의 통신비 부담을 줄여주자는 데 있다. 시행한 지 한 달여 만에 효과를 제대로 평가할 수 없다. 일시적인 시장 혼란이나 불법 행위가 생길 수도 있다. 통신당국의 철저한 시장 감시와 엄중한 대처가 필요하다. 이통사와 국내 단말기 제조사들도 일시적인 영업 차질을 우려하기보다는 요금과 제품 인하 경쟁으로 법 취지에 부합하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 길게 보면 건강한 시장 질서는 기업에도 이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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