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설] 들통난 청와대의 ‘헬스기구 거짓말’ |
소박하고 검소한 대통령, 국민의 세금을 한푼도 허투루 쓰지 않는 대통령, 자신의 건강이나 미용을 위해서는 별로 돈을 쓰지 않는 대통령…. 청와대가 원하는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이미지인 것 같다. 문제는 박 대통령의 실제 생활은 그런 삶과는 다소 거리가 있는데도 국민의 눈에는 그렇게 비치기를 원하고 있다는 점이다.
청와대 ‘고가 헬스장비’ 구입이나 유명 헬스트레이너의 청와대 행정관 채용 문제를 둘러싼 파문을 지켜보노라면 청와대의 ‘이미지 강박증’은 심각한 수준인 것 같다. 처음부터 솔직히 인정했으면 국민이 쉽게 이해하고 넘어갈 수 있는 사안인데도 청와대는 모든 것을 숨기고, 거짓말하고, 억지 논리를 갖다 붙이는 데 급급하다.
국회 국정감사 과정에서 확인된 조달청 자료를 보면, 청와대가 구입한 8800만원 상당의 수입품 트레이닝 장비들의 ‘위치’는 대통령의 집무실이 있는 ‘본관’으로 돼 있다. 애초 예상대로 이들 헬스기구가 ‘대통령 전용 장비’임이 드러난 것이다. 그런데도 김기춘 청와대 비서실장은 6일 국회 예산결산특위 전체회의에서 “헬스기구는 이곳저곳으로 옮겨가면서 쓴다”느니, “용무가 있으면 (직원과 기자들의) 본관 출입이 가능하다”는 따위의 억지 답변으로 끝까지 잡아뗐다.
청와대가 시도 때도 없이 대통령의 경호와 안위를 들먹이는 모습은 더욱 쓴웃음을 짓게 한다. 대통령이 헬스장비로 건강관리를 받는다는 사실이 알려진다고 신변이 위태로워질 것이라고 여길 경호 전문가는 아무도 없을 것이다. 그런데도 청와대가 경호니 안위니 하는 말을 앞세우는 것은 경호 업무에 대한 일반인들의 막연한 경외심을 활용한 전형적인 겁주기 작전이다. 사실 그것은 대통령의 신변 경호와는 관련이 없는 ‘심기 경호’일 뿐이다. 김기춘 실장은 이날도 “조달청이 대통령 안위와 관련된 서류를 제출한 것은 적절치 않다”고 말했다. 조달청 쪽에서 뒤늦게 청장까지 나서서 야당에 제출한 관련 자료를 반환받기 위해 동분서주한 것을 보면 ‘불경죄’가 적용돼 조달청에 인사 조처의 불벼락이 떨어지지 말라는 법도 없다.
‘무결점 대통령’에 대한 청와대의 강박증은 이미 국정 운영 전반에 걸쳐 나타나고 있다. 잘못과 시행착오가 있는데도 이를 숨기고 억지 논리로 정당화하려 안간힘을 쓰다 보니 국정이 꼬이는 현상이 곳곳에서 나타난다. 고가 헬스장비 파문을 단순히 청와대의 ‘작은 거짓말’ 정도로 보아 넘길 수 없는 이유다.
기사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