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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보험공단 대수술 계기돼야 |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대한 감사원의 감사 결과는 공단에 대한 국민의 불신이 마냥 ‘근거 없는 불신’이 아니었음을 여실히 드러내준다.
감사원의 지적사항은 크게 세 갈래다. 공단 조직의 방만한 운영, 약제비 등 부적절한 급여 관리에 따른 보험재정 손실, 그리고 과도한 본인 부담률로 인해 건보의 사회보장 기능 약화 등이 그것이다. 모두 건보의 본질적 기능을 좀먹는 심각한 문제들이다.
조직 운영의 방만함을 보면 ‘누이 좋고 매부 좋은’ 식의 나눠먹기 판이라고 비판받아 마땅하다. 업무 전산화와 통신을 통해 민원업무를 처리할 수 있는데도 모든 시·군·구에 지사를 두고 있다. 또 4급 이상 고위직 직원이 정원 68%를 차지하는 기형적 구조를 하고 있다. 그러지 않아도 높은 보험료 부담으로 국민의 허리가 휘는 판이다. 건보는 그야말로 뼈를 깎는 구조조정이 필요하며, 이를 통해 절약되는 돈은 마땅히 국민의 보험급여 혜택 확대로 되돌려야 한다. 또 의료수가나 약제비 책정에서도 의사·약사, 그리고 제약회사들의 압력이나 로비에 휘둘렸다는 의혹이 감사 결과 발견된다. 재정손실은 국민의 호주머니를 털어 메운다는 점에서 철저히 가릴 일이다.
건보 재정은 2003년 말 기준으로 누적적자가 1조5천억원에 이른다. 또 지난해 총진료비 가운데 본인 부담률이 43.6%로, 독일(9%) 일본(12%) 프랑스(27%) 등 다른 나라에 비해 턱없이 높다. 재정 건실화와 본인 부담률 낮추기가 절실하나 지금 같은 운영 행태로는 백년하청이다.
의료는 단순한 비용이 아니라 경제발전을 위한 노동력 확보와 능률 유지에 필요한 생산적 투자다. 건강보험은 이 중요한 구실을 맡고 있다. 선진국 문턱에 들어선 우리나라가 내세울 만한 사회보험은 그래도 건강보험이다. 이번 감사 결과를 계기로 건보공단이 국민이 믿고 사랑하는 조직으로 다시 태어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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