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힐 방북, 이를수록 좋다 |
6자 회담의 미국 쪽 수석대표인 크리스토퍼 힐 국무부 차관보의 북한 방문이 조금씩 구체화하는 모양새다. 이른 시일 안에 그의 방북이 이뤄져 북-미 사이의 신뢰를 높이고 경수로 문제를 해결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유엔 총회에 참석 중인 최수헌 북한 외무성 부상의 발언은 고무적이다. 그는 힐 차관보의 방북을 환영할 것이라며 “경수로 지원 요구가 6자 회담에서 채택된 공동성명 이행을 위한 조건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경수로 지원 없이는 핵 포기도 없다’는 이전 입장에 비해 훨씬 유연해진 태도다. 이런 상황에서 힐 차관보가 북한 고위관리들을 두루 만나 핵 문제 해결과 북-미 관계 정상화를 위한 미국의 의지를 보여준다면, 최대 쟁점인 경수로 문제에서도 어렵지 않게 해결책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힐 차관보도 방북에 의욕을 보이고 있고, 우리 정부도 이미 그의 뜻을 직접 북쪽에 전달한 상태다.
북한은 경수로를 ‘평화적 핵 이용 권리를 인정하는 증거’이자 ‘북-미 간 신뢰 조성의 물리적 담보’로 보고 있다. 공동성명에 명시돼 있듯이, 미국도 북한의 권리를 존중한다. 그렇다면 쟁점은 언제 어떤 방법으로 그 권리가 보장되도록 하느냐는 것인데, 이에 대한 구체적인 논의는 북-미 사이 신뢰 수준에 따라 크게 달라질 수밖에 없다. 힐 차관보의 방북이 중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게다가 북한은 5년 전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의 방북 계획이 무산된 것을 크게 아쉬워하며, 최고위급 수준의 북-미 관계 격상을 바라고 있다. 힐 차관보의 방북은 이를 위한 정지작업 의미도 지닌다.
5차 6자 회담이 11월 초로 예정된 만큼 그의 방북을 최대한 서두를 필요가 있다. 우리 정부도 방북 성사를 위해 외교력을 모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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