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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이번엔 펜션 참사, 안전한 곳이 어디인가 |
정녕 대한민국은 ‘사고 공화국’인가. 이번엔 펜션 바비큐장에서 화재가 발생해 꽃다운 젊은이 4명이 숨졌다. 사건·사고는 언제든 있지만, 올해 들어 잇따라 발생하는 참사는 모두 어처구니없는 부주의와 행정당국의 부실한 관리감독 탓이 크다는 점에서 억장이 무너진다.
15일 밤 불이 난 전남 담양군의 펜션 바비큐장은 건물 전체가 나무와 샌드위치패널, 억새로 이뤄진 화재에 매우 취약한 구조인데도 건축물 대장엔 기재조차 되지 않은 무허가 시설물이었다고 한다. 이런 위험한 가건물에서 몇 년째 투숙객들이 술 마시고 불을 피워 고기를 굽고 했는데도 행정당국에선 ‘나 몰라라’ 하고 있었던 셈이다. 주말여행 붐을 타고 최근 10여년간 전국 곳곳에 수도 없이 펜션이 들어섰는데, 대다수 펜션이 비슷한 안전 사각지대에 있으리란 생각을 하면 등골이 오싹해진다.
사고가 난 펜션은 농어촌정비법에 따른 민박 개념이기 때문에 소방안전점검 대상이 아니며 1년에 두 차례 담양군의 위생점검만 받아온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크고 작은 방 17개와 대형 연회장, 공동취사장까지 갖춘 다중숙박시설을 안전점검의 울타리 바깥에 방치해뒀다는 건 아무리 규정 미비라고 해도 이해하기 어렵다. 그러니 불이 났을 때 제대로 작동하는 소화기 한 대 발견할 수 없어 인명 피해가 커졌다. 행정당국의 무책임과 펜션업자의 무신경이 이번 사고를 방조한 셈이다. 이에 대해선 철저한 경찰 수사가 이뤄져야 한다. 특히 펜션의 실제 주인이 지방의회 의원이라는데, 그의 직위 때문에 행정관청의 감독이 소홀해진 부분은 없는지도 철저히 따져봐야 할 것이다.
정부는 국민 안전에 관한 업무를 하나로 통합한 국민안전처를 이번주에 공식 발족할 예정이다. 하지만 장관급의 국민안전처를 신설한다고 해서, ‘나와 가족의 안전’이 보장되리라 믿는 국민은 없다. 요양병원에 화재가 나면 요양병원 인력·시설 기준 강화를 지시하고, 거리의 환풍구가 무너지면 환풍구 설치 규정을 다시 점검하는 식의 수동적이고 단편적인 대책으론 역부족이다. 이제 펜션 바비큐장에 불이 났으니 펜션의 소방 점검 규정을 마련하는 걸로 국민을 안심시킬 텐가. 물론 일제 점검과 기준 강화는 중요하지만, 그것만으로 국민은 안심하지 않는다. 빠르게 변화하는 사회 현실에 발맞춰 우리 사회의 안전 상황을 전체적으로 파악하고, 규정 개선과 점검, 의식 변화 등에서 체계적이고 종합적인 노력을 해나가는 게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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