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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4.11.19 18:42 수정 : 2014.11.19 18:42

경찰이 한전케이디엔(KDN)으로부터 ‘후원금 쪼개기’ 형식으로 돈을 받은 혐의로 여야 국회의원 4명을 수사하고 있다고 한다. 한전케이디엔이 임직원 491명에게 개인당 10만원씩을 의원 후원금으로 내게 하고 자신에게 유리한 법안을 국회에서 통과시키도록 했다는 게 경찰이 밝힌 주요 혐의다. 의원들이 로비를 받고 특정 공기업에 유리한 입법을 한 게 사실인지 지금 판단하긴 어렵다. 다만, 2010년 청목회 사건 이후 주기적으로 반복되는 ‘후원금 쪼개기’ 수사를 보면서, 언제까지 국회의원 입법활동의 정당성을 검찰·경찰의 판단에 맡겨둘 것인가 하는 생각을 떨칠 수 없다.

“국회의원이란 교도소 담장 위를 위태롭게 걷는 사람”이란 말도 있지만, ‘후원금 쪼개기’만큼 의원들을 합법과 불법의 경계 위에서 줄타기하도록 하는 사안도 없을 것이다. ‘후원금 쪼개기’란 용어 자체가 이중적이다. 나쁘게 말하면 거액의 뭉칫돈을 잘게 나눠 주는 것이지만, 현실적으로는 다수의 회원이 10만원의 소액 정치후원금을 내는 사례가 대부분이다. 거액의 검은 정치자금을 차단하는 대신, 다수의 시민이나 단체 회원의 소액 기부를 활성화하자는 취지로 만든 제도다.

문제는 이익단체나 협회 회원들이 자신에게 유리한 입법활동을 요구하면서 국회의원들에게 소액 후원금을 집중시키는 경우다. 의원들이 돈을 받고 그 대가로 입법을 했다면 정치자금법 위반이나 형법상 뇌물죄에 해당한다. 그러나 이익단체 회원들이 자신의 이익을 대변하는 정치인에게 일정 규모의 정치자금을 내는 행위 자체는 합법이다. 의원들이 후원금과 별개로 소신에 따라 입법했다고 하면 그걸 처벌할 수도 없다. ‘후원금 쪼개기’ 수사의 딜레마가 여기에 있다. 미국처럼 로비스트를 합법화하면 논란이 사라지겠지만, 금권이 의회를 지배하는 상황을 불러올 수 있다는 점에서 숙고가 필요하다.

거의 모든 국회의원이 다양한 단체 회원들로부터 많든 적든 소액 후원금을 받고 있는 게 현실이다. 그러니 검경이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후원금 쪼개기’ 수사에 들어갈 수 있다. 그러나 지금 우리 정치현실에서 소액 정치후원금 제도는 보완해야 할 사안이지, 없애야 할 제도는 아니다. 특정 단체·협회에서 일정 수준 이상의 소액 후원금이 몰리면 그 내역을 선관위 누리집에 공개하는 식으로 투명하게 운영하는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 국회는 입법활동의 정당성 여부를 수사기관 손에 맡겨놓지 말고 하루빨리 제도 보완에 나서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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