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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경비노동자 대량해고 사태는 없어야 한다 |
연말을 앞두고 아파트 경비노동자들이 해고 위험에 떨고 있다. 내년 1월부터 경비직 종사자에게도 법정 최저임금이 100% 적용되는데, 아파트 입주민들이 이에 따른 관리비 인상을 피하려고 경비 인원을 줄이는 선택을 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전국적으로 약 25만명에 이를 것으로 추산되는 경비노동자의 대량해고 사태가 현실화할 경우 이는 ‘사회적 재난’이다. 정부와 시민사회의 선제적 대처가 절실하다.
민주노총의 서울일반노동조합이 파악한 바로는 서울의 일부 아파트단지에서는 벌써 집단해고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입주민대표회의와 경비 용역회사 간의 계약 만료일이 갑자기 앞당겨지는가 하면, 해고 대상자를 고르기 위한 면접심사를 진행하는 곳도 있다고 한다. 심지어 얼마 전 입주민의 상습적인 폭언과 멸시를 참다못한 경비원이 분신해 사망하는 사건이 일어난 강남의 한 아파트단지에서는 70여명에 이르는 전체 경비원이 ‘해고 예보 통보’를 받았다는 보도까지 나왔다.
해당 아파트 입주민대표회의 쪽은 경비 용역업체와의 연말 계약 만료를 미리 공고한 것이지 해고 통보는 아니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노동자들에겐 결과적으로 같은 얘기로 들릴 수밖에 없다. 강남의 아파트라면 상대적으로 경제적 여유가 있는 계층이 사는 곳일 터이다. 그런데 늘 가까이서 보아온 사람들에게 이처럼 각박하게 굴 수 있는지 참담하면서도 의아할 뿐이다.
비인격적인 대우에 시달리고 있는 아파트 경비노동자들이 최저임금을 받게 된다는 이유로 대규모 해고 위기에 놓인 것은 우리 사회의 비극적인 자화상이다. 고용노동부는 24일 종합 방지대책을 내놓았지만 턱없이 부족하다는 비판이 많다. 예를 들어 경비 용역업체에 고령노동자 1명당 분기별로 18만원씩 지원해주는 제도를 3년간 연장한다는데, 예상 수혜자가 고작 3000명 남짓이다. 관련 예산 증액과 더불어 부당해고를 제도적으로 방지하고 다른 근로조건을 개선할 수 있는 방안도 마련해야 한다.
경비노동자의 열악한 처우를 개선하고 인권 침해를 방지하려면 시민사회의 노력도 필요하다. 서울과 수도권만 보면 성인 두명 가운데 한명꼴로 아파트에 살고 있으면서 경비노동자에게는 사용자의 지위에 있다. 이들이 한달에 커피 한잔 값 정도의 추가 부담만 하더라도 경비노동자가 안정적으로 계속 일할 수 있게 된다. 세태가 아무리 모질고 사나워도 늘 얼굴을 마주치는 ‘경비아저씨’한테 이 정도 인정은 베풀 수 있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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