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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국민 우선’의 예산심의가 파행 막는 길이다 |
누리과정 예산을 둘러싸고 파행을 빚던 국회가 27일 여야 타협에 의해 정상화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누리과정 예산을 애초 합의대로 국고에서 우회지원하고, 또다른 쟁점이던 담뱃세 증세 문제를 법안소위에서 즉시 논의하기로 의견을 모았다고 한다. 법정 예산안 처리 시한을 코앞에 둔 시점에 예산심의를 속개하기로 한 건 어쨌든 다행스런 일이다. 그러나 누리과정 예산의 국고 지원 범위 등 갈등의 불씨는 남아 있다.
예산을 둘러싼 갈등과 파행이 다시 빚어지는 걸 막으려면 여야 모두 명심해야 할 점이 있다. ‘국민 이익을 우선에 두고’ 예산심의를 진행해야 한다는 것이다. 누리과정 예산 갈등도 이런 원칙을 견지하면 그렇게 오래 끌 일이 아니다. 정의화 국회의장이 27일 국회 예결특위 위원장과 간사들에게 한 얘기는 그런 점에서 적절하다. 정 의장은 “누리과정 교육을 지원하기로 했으면 액수가 문제가 아니다. 중앙정부가 부담하든 지방정부가 부담하든, 하기로 했으면 제대로 하는 게 맞다”고 말했다. 이미 여야는 국고에서 우회해서 누리과정 예산을 지원하기로 합의했다. 보육과 같은 중요 사안을 ‘우회해서’ 지원하는 것도 일종의 편법이지만, 5200여억원의 예산 중 중앙정부 부담분을 조금이라도 줄여보겠다며 협상을 끄는 여당의 태도는 온당치 못하다.
담뱃세 인상안을 둘러싼 논란도 마찬가지다. 국민 건강을 위해 담뱃세를 올리자는 논리는 나름대로 일리가 있지만, 담배 피우는 서민들에게 한꺼번에 부담을 안겨선 안 된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더구나 담뱃세 인상의 이면엔 세수 증대라는 정부 의도가 숨어 있다고 야당은 주장한다. 간접세 인상 전에 법인세를 먼저 올려 대기업이 더 많은 세금을 내게 해야 한다는 논리는 충분히 타당성이 있다. 그런데 국회의장이 국회 심의 대상도 아닌 지방세법 개정안(담뱃값 인상 관련)을 덜컥 예산부수법안으로 지정해 12월2일까지 처리하겠다고 했으니, 이는 법인세 인상은 논의하지 않고 담뱃세만 올리려는 여당을 편드는 걸로 비칠 수밖에 없다.
정 의장이 국회선진화법을 거론하며 “12월2일 법과 원칙에 따라 반드시 예산안을 통과시키겠다”고 말하는 것도 적절치 않다. 여야 사이에 합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12월2일 예산안 강행처리를 막을 수단이 야당에는 없다. 그렇다고 예산안 심의를 졸속으로 진행하는 건 더욱 문제다. 국회의장은 시한을 강조할 게 아니라, 마지막까지 여야 타협을 독려하고 합리적인 방향으로 중재하는 데 힘을 쏟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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