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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4.12.02 18:36 수정 : 2014.12.02 21:06

박근혜 대통령이 1일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 임금 격차, 노동시장의 경직성, 일부 대기업 노조의 이기주의 등은 노사 간, 노노 간 갈등을 일으켜서 사회통합을 가로막는 대표적인 장애물”이라고 말했다. 박 대통령의 발언은 그동안 기획재정부가 중심이 돼 여론몰이해온 ‘정규직 과보호론’의 연장선상에 있다. 그러나 ‘정규직 과보호론’은 문제의 본질을 잘못 짚은 엉터리 진단이다. 또 비정규직 문제의 책임을 정규직에게 떠넘기는 것이어서 사회적 반발을 키울 수밖에 없다.

정부와 대통령이 연일 떠드는 ‘정규직 과보호’ 논리는 실상 ‘기업 과보호’ 논리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통계를 보면 우리나라 정규직 고용보호지수는 34개국 중 23위에 머물러 있다. 또 정규직 집단해고는 오이시디 국가 중 가장 쉬운 나라에 속할 뿐만 아니라 고용불안은 가장 나쁜 수준이다.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임금격차가 심각한 것은 사실이지만, 원인은 정규직의 과보호에 있는 것이 아니라 기업 이익을 늘리기 위해 비정규직을 남용한 데 있다. 통계를 보면 지난 5년 동안 기업소득이 19.1% 느는 동안 가계소득은 1.6% 증가에 그쳤다. 또 10대 재벌의 사내유보금은 2009년 288조원에서 2013년 522조원으로 폭증했다. 이런 폭증은 재벌이 재투자에 인색했다는 것을 보여줌과 동시에 비정규직의 희생으로 얻은 이익을 정규직이 아니라 재벌이 챙겼다는 것도 뜻한다. 이런 상황을 바꾸지 않고 정규직을 흔들어 노동유연성을 키우겠다는 것은 문제의 본질은 놔두고 엉뚱한 곳에서 해법을 찾겠다는 것이다.

박 대통령은 “독일 등 선진국이 노동개혁을 통해 재도약의 기반을 마련했다”는 말도 했다. 그러나 독일·스웨덴·네덜란드 등 사회적 대타협을 이뤄낸 나라들은 우리와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사회안전망이 튼튼하다. 노조 조직률과 단체협약 적용률도 매우 높다. 그런 사정을 고려하지 않고 노동시장 유연성만 강조하는 것은 실상 해고의 자유를 높여 기업의 요구만 들어주겠다는 것이나 다를 바 없다.

정부는 이제라도 사회안전망 강화와 복지 확충에 힘쓰고, 대기업 위주의 정책을 근본적으로 바꾸어야 한다. 그런 전제를 충족시키지 않는 해고 조건 완화는 정규직을 비정규직으로 만드는 노동 전반의 하향평준화로 귀결될 수밖에 없다. 또 이런 하향평준화는 가계소득 악화로 이어져 경제성장의 기반을 무너뜨리게 된다. 우리 경제에 이미 그런 현상이 광범위하게 나타나고 있지 않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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