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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조희연 서울교육감 기소에 ‘다른 의도’ 없나 |
검찰이 3일 조희연 서울시 교육감을 공직선거법의 허위사실 공표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6·4 지방선거 당시 기자회견과 라디오 인터뷰, 인터넷, 메일 등을 통해 ‘경쟁자인 고승덕 후보와 두 자녀가 미국 영주권을 보유하고 있다’고 허위사실을 알렸다는 혐의다. 이런 혐의의 법정형이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원 이상 3000만원 이하의 벌금’으로 꽤 무거운 편이고, 유죄로 인정되면 교육감직을 잃을 수 있으니 가볍게 다룰 문제는 아니다.
혐의대로라면 기소 자체를 탓할 일은 아닐 수도 있다. 영주권 공방은 고 후보의 해명대로 사실이 아닌 것으로 이미 드러난 터다. 선거 당시 서울시 선관위가 검찰 고발 대신 조 당시 후보를 경고 조처해 이미 한차례 처리가 끝난 사안이더라도, 검찰이 수사와 기소를 못 할 일은 아니다. 하지만 검찰 수사와 기소에는 석연찮은 구석이 적지 않다. 검찰 수사는 선거 뒤 보수 성향 단체들이 조 교육감을 여러 혐의로 고발하면서 시작됐다. 검찰은 고발 내용 가운데 진보단일후보란 표현이 허위사실 유포라는 등에 대해선 무혐의 처리했으나, 영주권 공방에 대해선 선관위의 처리 결과와 선거 당시 당사자 간 화해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허위사실 공표 혐의를 적용했다. 검찰은 추가수사를 통해 사실을 확인했다고 말하지만, 고 후보에게 영주권이 없다는 사실은 그가 선관위에 조 당시 후보를 고발하면서 내놓은 여권 등을 통해 이미 확인됐던 일이다. 혐의 내용보다는 검찰 등의 ‘정치적 의지’ 때문에 벌어진 수사 아니었느냐는 말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겠다. 야권에선 보수단체의 고발에 기댄 ‘표적수사’라고 비판하고 있다.
선거법의 공소시효가 끝나기 하루 전에 피의자 조사도 없이 기소한 것도 어색하고 무리해 보인다. 검찰은 조 교육감에게 여러 차례 출석 요구를 했지만 조사에 응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자신이 당사자인 중요 사건에서 검찰 출석을 한사코 거부한 것을 잘한 일이라고 할 수는 없다. 그렇다고 검찰이 정상적인 수사를 한 것 같지도 않다. 이런 혐의를 적용하려면 진실이라고 믿을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었는지를 당사자에게 확인하는 것이 중요한데도 검찰은 그런 확인 없이 기소를 강행했다. 조 교육감을 향한 수사가 본격화한 것도 선거 직후가 아니라 불과 한두 달 전부터였던 것으로 보인다. 왜 뒤늦게 시작됐는지 의아하다. 진보 교육감의 발목을 잡으려는 것 아니냐는 의심을 사도 이상할 게 없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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