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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4.12.11 18:42 수정 : 2014.12.11 18:42

21세기 대한민국에서 일어나선 안 될 일이 일어났다. 10일 저녁 전북 익산의 신동성당에서 열린 재미동포 신은미씨와 황선 전 민주노동당 부대변인의 ‘평양에 다녀온 그녀들의 통일이야기’ 토크콘서트가 사제 폭발물 투척으로 아수라장으로 변했다. 스태프가 제지했기에 망정이지 자칫 중대한 인명사고가 날 뻔했다. 범인은 19살 고등학교 3학년 학생이고, 일베(일간베스트저장소)에서 활동한 경력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온라인상의 정치적 극단주의가 현실에서 테러행위로까지 나타났다는 점에서 충격적이다.

이번 사건은 이 나라의 극단적 반북이데올로기가 일종의 증오범죄로 연결된 것이어서 예사롭게 보아넘길 일이 아니다. 공격의 표적이 된 신은미씨는 <오마이뉴스>에 ‘재미동포 아줌마, 북한에 가다’ 연재 기사로 10월 한국기자협회 등이 주관하는 통일언론상 특별상을 수상하고, 이후 토크콘서트를 진행해 왔다. 그러나 일부 극우단체들이 신은미씨의 토크콘서트에 ‘종북 콘서트’라는 딱지를 붙이고 북한을 지상낙원이라고 표현했다며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고발하기까지 했다.

범행을 저지른 학생은 일베에서 활동하면서 이 사회의 가장 저급한 극우적 주장에 물든 것으로 보인다. 이날 범행을 저지를 때도 이 학생은 신은미씨에게 “지금 북한을 지상낙원이라고 했나?”라고 묻고 상대방이 그런 사실이 없다고 밝히는데도 “지상낙원이라고 표현했다”며 준비한 폭발물에 불을 붙였다. 자기 생각에만 사로잡힌 상태에서 무모한 짓을 저질렀음을 짐작할 수 있다. 한 청소년을 그렇게 귀먹은 상태로 만든 것은 이 나라 어른들이다. 특히 수구보수 언론의 행태를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이 언론들은 신은미씨의 토크콘서트를 비난하는 기사를 반복해서 생산했다. 툭하면 ‘종북’으로 몰아대는 것이야말로 실제의 테러를 조장하는 언어의 테러행위다.

일찍이 볼테르가 이야기했던 대로 자유민주주의는 “나는 당신의 견해에 동의하지 않지만, 당신의 견해가 탄압받는다면 거기에 맞서 싸우겠다”는 관용과 자유의 정신에 뿌리를 두고 자란 나무다. 그런데 북한의 사정에 대해 일부 극단세력과 다른 견해를 밝혔다는 이유로 공격의 대상이 된다면 이것은 자유민주주의를 스스로 부정하는 짓이다. 관용이야말로 자유민주주의가 독재체제보다 낫다는 것을 보여주는 핵심 가치다. 테러는 이 체제의 본질적 가치를 깨뜨리는 짓이다. 종북 딱지를 붙이고 물리적 공격까지 감행하는 이런 세력에 단호하게 맞서야 자유민주주의 체제가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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