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5.09.26 22:00
수정 : 2005.09.26 22:00
사설
김대중 정부 시절 국정원의 불법도청에 대한 검찰 수사가 활기를 띠고 있다. 유력 정치인들의 대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추정되는 도청 테이프가 전 국정원 직원 집에서 발견되고, 2002년 대선 직전 한나라당이 국정원의 도청자료라고 폭로한 문건에 대해 국정원 직원들이 작성 사실을 시인했다고 한다. 국민의 정부 시절에도 도청이 이뤄졌다는 것은 이미 국정원 쪽의 고백으로 드러났으나 구체적 사실이 별로 밝혀진 게 없었다는 점에서 매우 진전된 내용이다. 그동안 전직 국정원장들은 “합법적 감청과 도청은 구분해야 한다”며 도청 사실을 완강히 부인해 왔으나 이런 주장은 손바닥으로 하늘 가리기였던 셈이다.
검찰이 앞으로 규명해야 할 내용 중 가장 핵심은 국민의 정부 시절에도 정권 차원의 정치사찰이 계속됐는지다. 2002년 한나라당이 폭로한 문건을 보면, 도청 대상자들은 주요 정치인과 언론사 간부, 고위 공무원, 심지어 취재기자들까지 포함돼 있다. 누가 봐도 정치사찰 혐의가 짙다. 따라서 당시의 도청이 누구의 지시에 의해 어떤 목적으로 이뤄졌고, 어느 선까지 보고됐으며, 어떻게 활용됐는지를 철저히 밝혀내야 한다. 특히 국정원의 발표대로 2002년 3월 이후에는 정말로 도청이 없었는지, 옛 안기부 ‘미림팀’ 식의 현장도청은 없었는지도 정확히 파헤쳐야 할 대목이다.
전 국정원 직원 집에서 또다시 도청 테이프가 발견된 것은 국정원 직원들의 도덕적 불감증이 구제불능 수준임을 다시 한번 보여준다. 도청 테이프를 ‘보신용’으로 빼돌리는 악습이 설사 극히 일부 직원에 한정된 일이라 해도 앞으로 또다른 도청 테이프가 더 발견되지 말라는 법도 없다. 이 테이프를 매개로 한 뒷거래 시도가 없었는지도 역시 중요한 수사 대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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