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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과감한 온실가스 감축, 선택 아닌 의무 |
페루 리마에서 14일 폐막한 제20차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에서 선진국과 개도국이 모두 참여하는 온실가스 감축목표 제출 지침이 확정됐다. 이로써 내년 12월 프랑스 파리 기후변화회의에서 목표하고 있는 새 기후체제 수립을 위한 국제협상도 급물살을 타게 됐다. 당장 정부는 이번 결정문에 따라 현재의 감축목표보다 강화된 2020년 이후 감축계획을 내년 중 유엔에 제출해야 한다. 결정문은 기존 감축계획의 ‘후퇴 금지’ 원칙도 명시했다.
이명박 정부는 이미 2020년까지 배출 전망치의 30%를 감축하겠다고 국제사회에 약속한 바 있다. 그러나 실제 온실가스 배출량은 급속한 증가세에 있다. 산업계는 아예 배출 전망치 자체를 하향 조정해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이런 주장은 내년 협상에선 씨도 먹히지 않을 것이 뻔하다.
새 기후체제에서 우리나라는 개도국 혜택은커녕 중국 등과 함께 온실가스 배출량 많고 경제력 있는 나라로서 우선적으로 감축 분담에 참가해야 할 것으로 많은 기후전문가가 전망하고 있다. 실제 우리나라의 온실가스 배출량은 세계 7위이고, 올해 추정 국내총생산(GDP)은 세계 13위다.
미국과 유럽의 주요국들은 감축계획을 내년 3월까지 제출할 것이라고 한다. 우리나라는 제출 시한에 맞춰 9월에 낸다고 한다. 국내 여건이 녹록지 않다고 해서 대학 원서 눈치 접수 하듯이 해선 망신을 살 우려가 크다. 또 감축목표를 산업계와 밀실에서 결정해서도 안 된다. 오히려 이 김에 장기 감축계획을 시민사회와 폭넓게 소통하는 기회로 삼을 필요가 있다. 산업계뿐 아니라 시민사회의 다양한 이해관계자들과 온실가스 감축 목표와 방법, 부담을 나누는 방식 등을 협의하자는 것이다. 이미 2050년까지 2005년 대비 온실가스를 50~80% 감축하는 내용이 포함된 기후변화법 제정안이 시민사회 주도로 발의돼 있는 상태다.
장기적인 온실가스 감축계획을 세우는 것은 화석연료에 의존한 지금까지의 에너지정책을 엄중하게 반성할 기회도 될 것이다. 이를 저탄소 사회로 이행하기 위한 비전을 세우는 소중한 계기로 삼아야 한다. 어렵게 시작한 탄소배출권거래제를 잘 정착시키는 일과 함께 이것이 정부가 내년에 가장 신경 써야 할 기후변화 대응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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