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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4.12.29 18:35 수정 : 2014.12.29 18:35

고용노동부가 29일 비정규직 종합대책 정부안을 발표했다. 핵심 내용은, 35살이 넘은 비정규직(계약직)의 고용기간 제한을 현행 2년에서 최장 4년으로 늘리고, 정규직도 근로계약 해지와 취업규칙 변경 기준 등을 완화해 지금보다 고용보호 수준을 낮추겠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비정규직 양산을 부추길 소지가 큰 안이다.

정부안이 발표되자마자 양대 노총은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회(노사정위)에 참여하고 있는 한국노총은 정부안을 강하게 비판하며 노사정위 불참도 불사할 것임을 경고했다. 민주노총도 즉각 폐기를 요구했다. 정부는 노사정위 논의를 거쳐 내년 3월까지 종합대책을 확정하겠다는 방침이나, 대화 상대방인 노동계에선 아예 거들떠보지도 않겠다는 반응이다.

노·정 간 간극이 이렇게 큰 이유는 정부가 내놓은 비정규직 대책의 내용이 애초 목적과 취지에 어긋나기 때문이다. 노동부는 처음 대책 마련에 나설 때 비정규직 남용 방지와 차별 개선에 초점을 맞추겠다고 했다. 그러나 최경환 경제부총리 취임 뒤 ‘노동시장 유연화’와 ‘정규직 과보호 해소’ 등 엉뚱한 화두가 정부 안에서 떠오르더니 종합대책의 방향은 결국 흐려졌다. 정부안은 누가 보더라도 비정규직 남용 방지가 아니라 남용 여지를 더 키우는 대책이다.

노동부가 제시한 대책의 근거는 궁색하기 짝이 없다. 현장 기간제 노동자를 상대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기간 연장을 바라는 답변이 많았다는 게 노동부 설명이다. 언제 쫓겨날지 모르는 처지에 있는 노동자에게 답이 뻔할 수밖에 없는 질문을 해놓고서, 그 결과를 근거로 대는 것이다.

고용기간 제한을 4년으로 연장하면 현재 비정규직의 고용불안을 일시적으로나마 해소할 수 있을지는 모르지만, 전체 비정규직 규모는 자연스럽게 더 늘어날 수밖에 없다. 기간 연장 조처는, 숙련도 높고 정규직 전환을 앞두고 있는 비정규직조차도 더 길게 비정규직으로 부릴 수 있는 기회를 기업에 주는 것이다. 또 기업들이 정규직 신입사원을 뽑을 이유도 줄게 된다.

국내 임금노동자 가운데 비정규직은 통계청 집계로 669만명(전체의 35.5%), 노동계(노동사회연구소) 분류 기준으로는 852만명(45.4%)에 이른다. 박근혜 정부 들어 탄력근무제, 시간선택제 일자리 등이 추진되면서 비정규직 비중은 점점 커지고 있다. 임금과 처우에서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 불균형은 다른 나라보다 훨씬 심하다. 경제협력개발기구는 얼마 전에 낸 ‘비정규직 이동성 비교 보고서’에서 한국의 비정규직이 16개 조사 대상국 가운데 가장 열악한 수준이라고 평가한 바 있다.

이런 상태에서 정부는 비정규직 양산을 초래하고 정규직 보호 수준까지 낮추겠다는 대책을 내놨다. 그대로 강행할 경우에는 엄청난 저항과 혼란을 초래할 것이다. 물론 이와 관련한 모든 책임은 전적으로 정부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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