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설] 부정·비리 사슬 끊을 ‘김영란법’ |
우리 사회의 부정과 비리 사슬을 끊을 ‘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 제정안)이 8일 국회 정무위원회 법안심사소위를 통과했다. 2011년 6월 김영란 당시 국민권익위원장이 국무회의에 초안을 내놓은 뒤 3년6개월간 우여곡절을 겪다 이제 입법화의 첫 관문을 지나 결실을 앞두게 된 것이다. 늦었지만 다행스러운 일이다. 애초 법안엔 있지만 여야가 합의를 이루지 못한 탓에 이번엔 빠진 ‘공직자의 이해충돌 방지’ 부분도 서둘러 입법을 마무리하기 바란다.
이번 법안은 가장 강력한 수준의 반부패법이다. 현행법은 공직자가 금품을 받더라도 직무관련성과 대가성이 모두 입증돼야 처벌할 수 있지만, 제정법안은 한 사람으로부터 한 번에 100만원, 연간 300만원을 넘는 금품을 받은 공직자는 그 명목이 무엇이든 대가성과 직무관련성을 따지지 않고 형사처벌하도록 했다. 돈을 준 사람, 가족이 그런 돈을 받은 사실을 알고도 신고하지 않은 공직자도 형사처벌된다. 기준 이하의 금품 수수도 몇 배의 과태료를 매기도록 했다. 이런저런 부정한 청탁도 전면 금지해, 청탁을 들어준 공직자는 형사처벌하도록 했다. ‘금품’에는 돈이나 상품권 등 재산적 이익 말고도 접대와 향응, 편의 제공, 취업, 이권 따위가 모두 해당하고, ‘공직자’에는 선출직·임명직 공무원이나 공직유관기관 임직원 외에 사립학교 교직원과 언론사 직원도 포함된다. 우리 사회의 상당수가 별 죄의식 없이 관행이라는 핑계로 주고받았던 온갖 부정한 일이 모두 처벌 대상이 된 것이다.
‘김영란법’은 그런 점에서 한국 사회 특유의 병폐에 대한 맞춤 처방이다. 우리 사회의 공직 비리는 느닷없이 돈보따리를 안기는 식이라기보다, 평소 값비싼 술과 밥을 사거나 용돈을 주고 골프 접대를 하는 따위 ‘스폰서 관계’나 ‘네트워크’를 맺다가 이를 온상으로 해서 벌어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대가를 기대하지 않는 금품 제공은 없다는 점도 자명하다. 법안 내용 대부분은 다른 선진국에선 이미 상식이기도 하다. 맑고 투명한 사회를 만들려면 어떻게든 해묵은 비리의 관행을 끊어야 한다.
법안의 효용성을 높이고 정교하게 다듬는 것도 필요하다. 형사처벌의 대상이 지나치게 넓어지면 예상치 못한 부작용도 나올 수 있다. 검찰 등 사법기구의 비대화, 다른 목적으로 처벌 제도가 악용될 가능성에도 대비해야 한다. 어떤 경우에도 공직 부패를 차단하고 감시한다는 법의 본래 목적을 잃어서는 안 된다.
기사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