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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정동영 전 의원 탈당이 우려스런 까닭 |
새정치민주연합 상임고문인 정동영 전 의원이 11일 새정치연합을 탈당했다. 정 전 의원은 야권 신당을 추진하는 ‘국민모임’에 합류할 계획이라고 한다. 17대 대선에서 대통령 후보를 지낸 정 전 의원 합류로, 국민모임의 신당 추진은 한결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새정치연합이 제1야당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해 국민을 실망시키는 상황에서, 일부 정치인과 시민사회 인사들이 새로운 정치적 길을 모색하는 걸 막을 명분은 별로 없다. 그럼에도 정동영 전 의원의 탈당과 신당 추진을 반길 수 없는 건, 그의 선택과 행동이 가져올 수 있는 몇가지 우려스러운 점 때문이다.
우선, 정 전 의원은 17대 대선에서 새정치연합 전신인 민주당의 대통령 후보로 나섰고, 진보와 개혁을 원하는 617만명의 국민 지지를 얻은 정치인이다. 자신을 대통령 후보로 뽑아준 정당을 떠나는 거야 개인의 선택이지만, 그 선택엔 결코 가볍지 않은 정치적 책임이 따를 수밖에 없다. 지금 새정치연합은 과거 어느 야당보다 국민의 외면을 받고 있는 게 현실이다. 이 어려움을 넘어서기 위해 새로운 당대표를 뽑는 전당대회를 치르고 있다. 위기 탈출을 위해 몸부림치는 야당을 지금 이 순간에 떠나는 게, 대통령 후보를 지낸 정치인으로서 책임 있는 행동이라 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드는 건 사실이다.
정 전 의원은 “확실한 정권 교체를 위해” 탈당과 신당 합류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합리적 진보’를 내세운 새로운 야당이 출현해 통합진보당 해체로 인한 진보진영 공백과 제1야당의 무기력함을 메우겠다는 주장은 일리가 있다. 그러나 모든 야당이 하나의 이름으로 헤쳐모이든 아니면 서로 다른 간판을 걸고 선의의 경쟁을 하든, 국정운영의 방향과 능력을 상실한 박근혜 정권을 효율적으로 비판하고 견인하는 데에선 한목소리를 낼 수 있어야 한다. 당장 4월에 치러질 3곳의 국회의원 보궐선거에서 다수의 야당이 국민 기대에 걸맞게 협력할 수 있을지 회의적 시선이 적지 않다. 정 전 의원을 비롯한 신당 추진 인사들은 새로운 정당 건설이 자칫 야권 분열로 귀결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에 설득력있는 답변을 내놓아야 한다.
새정치연합 역시 일부 인사들의 탈당과 신당 추진에 무거운 책임감을 느껴야 한다. 수권정당으로서 국민에게 희망과 믿음을 주었다면 상황이 이렇게까지 오진 않았을 것이다. 그렇기에 이번 전당대회는 중요하다. 당대표 선거에서 이기는 것보다, 어떤 가치를 내걸고 지지자들의 마음을 하나로 모을 수 있을지를 보여주는 게 더 중요하다는 걸 세 당대표 후보는 마음에 새겨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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