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5.09.27 20:28
수정 : 2005.09.27 20:28
사설
삼성의 금융 계열사들이 5%를 초과해 보유 중인 계열회사 지분을 일정 기간 안에 처분하도록 열린우리당이 ‘금융산업 구조개선에 관한 법률’(금산법)을 고치기로 의견을 모았다고 한다. 그제 노무현 대통령이 여당 재정경제위원회 소속 국회의원들과 벌인 간담회에서 의견을 밝힌 것이 이런 결론을 내리는 데 큰 구실을 한 것 같다. 대통령이 나서야 할 만큼 정부·여당이 그동안 삼성의 눈치를 봐 왔다는 방증같아 서글픈 생각도 든다.
금산법 논란은 삼성카드와 삼성캐피탈이 계열사 지분을 5% 이상 소유하지 못하도록 한 법을 어기고 초과지분을 갖고 있음이 밝혀졌음에도 이를 처벌할 규정이 없던 데서 비롯했다. 정부는 법을 고쳐 처분명령을 내리기로 하면서도 이미 법을 어긴 삼성에는 이를 적용하지 않기로 해 ‘삼성 감싸기’란 비난을 사왔다.
재벌 금융 계열사가 고객이 맡긴 돈으로 총수의 기업지배를 돕는 것은 시장논리에 어긋나는 일로서 5% 초과지분을 처분하게 하는 것은 당연한 조처다. 이제 쟁점은 처분 유예기간이 될 것이다. 여권은 5년을 유예하자는 뜻을 내비치고 있는데, 삼성이 그 때까지 버티고 이 문제를 재론하게 할 소지를 남겨선 안 된다. 해마다 일정 비율씩 처분하게 해 일정 기간 안에 처분을 끝내도록 해야 할 것이다.
개정안 마련 과정에서 경제관료들이 보인 석연찮은 태도도 짚고 넘어가야 한다. 재정경제부는 “삼성의 초과지분을 강제 처분하게 해도 위헌 소지가 없다”는 금감원 법률팀과 금감위의 외부자문 내용을 무시하고, 삼성 쪽이 의뢰해 만든 법률자문 결과만 앞세워 삼성에 유리하게 개정안을 마련했던 것으로 최근 드러났다. 이래서는 국민이 정부를 믿을 수 없다. 청와대는 진상을 철저히 조사해 합당한 조처를 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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