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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대증요법으로 어린이집 아동학대 막지 못한다 |
인천 어린이집에서 일어난 끔찍한 폭행사건을 계기로 정부와 정치권이 어린이집 아동학대 방지 대책을 쏟아내고 있다. 하지만 평소의 무관심을 반영하기라도 하듯 급조된 대증요법 위주라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우선 공통적으로 제시되고 있는 것은 폐회로텔레비전(CCTV) 설치 의무화, 아동학대 어린이집 즉각 폐쇄, 해당 원장·교사 영구퇴출 등 사후적인 적발·처벌에 관한 내용들이다. 필요한 것도 있지만 으름장만 놓는다고 능사는 아니다. 이런 제도들이 실제 효과를 발휘하려면 무엇보다 피해 부모들의 접근성을 높여야 한다. 부모가 학대 정황을 알아채더라도 직접 증거를 확보하고 관계기관들을 찾아다니며 문제를 해결하기란 쉽지 않다. 이번만큼 사회적 관심을 받지 못한 사건들에서는 담당 공무원의 미온적인 대처에 상처를 입었다는 부모들도 여럿이다. 한 번의 신고로 책임 있는 정부기관이 개입해 신속히 사실관계를 밝히고 사후처리까지 완결짓는 일원화한 시스템부터 만들어야 한다.
폐회로텔레비전 설치나 경찰의 어린이집 학대 전수조사 같은 방안은 부작용까지 고려한 세심한 접근이 필요하다. 자칫 선량한 보육교사까지 잠재적 범죄자 취급을 함으로써 직업적 사명감을 훼손해서는 곤란하다. 폐회로텔레비전이 증거 확보에 충분히 활용되면서도 교사들의 프라이버시를 침해하지 않도록 보관기간이나 관리책임을 분명히 해둬야 한다. 또한 아동학대 사실을 가장 잘 파악할 수 있는 동료 교사들이 감시자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내부고발자 보호 대책도 마련해야 한다. 어린이집 비리를 외부에 알린 교사들은 블랙리스트에 올라 재취업을 포기해야 하는 게 현실이다.
이런 사후대처 방안보다 더 중요한 것은 아동학대의 싹이 자라지 않도록 어린이집의 질을 높이는 일이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보육교사 육성이나 어린이집 운영 관리가 얼마나 주먹구구식이었는지 확인됐다. 하지만 정부가 내놓은 대책은 인·적성검사 의무화, 인성교육 강화 등 실효성을 기대하기 힘든 내용뿐이다. 우수한 보육인력 확보는 처우 개선과 맞물려 있고, 보육서비스 수준을 높이려면 이익 추구 대신 공공성을 강화하는 길밖에 없다. 결국 부모들이 줄곧 요구해온 국공립 어린이집 확대에서 답을 찾아야 한다고 본다. 그런데도 정부와 새누리당은 재원이 필요한 근본 대책은 애써 외면하는 분위기다. 어린이들을 밝고 안전하게 키우는 일을 정책의 최우선에 두지 않는 이런 태도로는 아동학대 근절도 공허한 외침에 그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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