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인터넷으로 발급된 각종 공문서를 쉽사리 위조·변조할 수 있다는 사실이 드러나 충격을 주고 있다. 행정자치부와 대법원 등이 전자 민원서류 발급을 중단했고, 정부는 어제 대책회의를 해 다음달 말까지 종합대책을 내놓기로 했다.당장 민원 서류를 떼려는 시민들의 불편이 이만저만 아니지만, 더 큰 문제는 공문서와 전자정부 전반에 대한 불신이 높아진 점이다. 얼마 전 휴대전화도 도청된다는 소식이 국민을 불안하게 하더니, 인터넷으로 발급된 공문서조차 의심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 공문서가 의심받는 것 자체가 보통 일이 아닌 만큼, 먼저 철저한 조사를 통해 위조·변조를 사전에 대비하지 못한 책임 소재를 분명히 밝혀야 할 것이다.
진짜 문제는 낡은 사고방식이다. 기본 발상은 ‘관공서에 가서 받던 종이 공문서를 그대로 인터넷으로 받을 수 있게 한다’는 것인데, 이런 식으론 제대로 된 전자정부를 구현할 수 없다. 인터넷에서 완벽한 보안을 기대할 수 없다는 건 이제 상식이다. 어떤 보안장비도 빈틈이 있기 마련이다. 그래서 해킹과의 끊임없는 전쟁을 벌여야 하고, 이에 드는 비용은 전자정부의 효율과 신뢰성을 크게 떨어뜨린다.
진정한 해법은 사고 방식과 문화를 바꾸는 것이다. 불필요한 민원서류를 크게 줄이는 게 첫번째다. 꼭 필요한 것만 요구하고 웬만한 문서는 온라인 열람으로 대신하는 문화를 정착시켜야 한다. 그래야 자원 낭비를 줄이고 효율도 높일 수 있다. 인쇄된 공문서를 보조 수단으로 삼고 원본 열람을 의무화하는 행정개혁도 필요하다.
정보기기 의존도가 높아지면서 생각하지 못하던 문제점과 부작용이 속출하고 있다. 이번 사건이, 첨단이 곧 만능은 아니라는 인식과 기술 과신에 대한 문제점을 자각하는 계기가 되길 기대한다.
기사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