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설] 국민 배신한 정치인은 누구인가 |
박근혜 대통령이 9일 청와대 수석비서관회의에서 “세금 더 걷는 것이 할 소리인가”라며 정치권의 복지·증세 논의에 어깃장을 놨다. 또 국민에게 부담을 주지 않는 정책을 강조하며 증세 반대 뜻을 분명히 했다. 그런데 이미 약속을 저버린 것은 박 대통령이다. 박근혜 정부 출범 2년여 동안 담뱃세 인상 등 ‘꼼수 증세’로 국민 부담은 계속 늘고 복지 공약은 흐지부지되고 있기 때문이다.
박 대통령은 국민에게 부담을 주지 않고 경제도 살리는 쪽으로 정치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경제 활성화를 위해 최선을 다하지 않고 세수가 부족하니까 국민에게 세금을 더 걷어야 된다면 그것이 우리 정치 쪽에서 국민에게 할 수 있는 소리냐”며 증세론을 펴는 정치권에 불만을 표시했다. 박 대통령은 경제 활성화를 위한 자신의 ‘심오한 뜻’을 강조하며, 이를 외면한다면 “국민을 배신하는 것 아닌가”라고 덧붙이기까지 했다.
원론적으로 증세는 재정 건전화의 한 수단이다. 또 재정건전성과 복지는 이분법으로 나눠 접근해서는 안 된다. 국정 책임자는 둘 중 하나가 아니라 둘 다 강화하는 정책을 마련하고 정치력을 발휘해야 한다. 그게 헌법이 부여한 정부의 의무이며 박 대통령의 대국민 약속이기도 하다. 그러나 집권 2년 동안 성과는 어떤가. 입으로만 경제 살리기를 외칠 뿐 이를 위한 구체적이고 실효성 있는 정책은 찾아보기 힘들다.
이에 따라 성장 잠재력은 계속 떨어지고, 엉터리 세수 추계로 재정건전성도 계속 나빠지고 있다. 복지 수준 역시, 선진국에 견주면 여전히 형평 없는 수준에 머물고 있다. 박 대통령의 복지 공약은 2년 만에 대폭 축소하거나 고교 무상교육처럼 사실상 공수표가 되어버렸다. 서민·중산층의 주름살은 더욱 깊어지고 양극화 심화로 사회 갈등의 골은 더욱 깊어지고 있다. 이런 현실에 대한 가장 큰 책임은 박 대통령에게 있다. 그런데 복지 증세를 논의하는 정치권을 언구럭스럽게 훈계하다니, 정말 적반하장도 유분수다. 도대체 대통령의 이런 후안무치한 태도와 발언을 언제까지 참아야 하는가.
기사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