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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인권위의 엇나간 ‘대북전단 의견’ |
국가인권위원회가 탈북자단체 등의 대북전단 살포를 정부가 막아서는 안 된다는 의견을 밝히기로 했다고 한다. 이제까지 다른 사안들에서 보인 모습과 아귀가 맞지 않는 것은 물론 남북 관계에 대한 기본적 이해조차 의심되는 행태다.
인권위 위원 다수는 전단 살포를 ‘표현의 자유’에 해당하는 것으로 적극 옹호하면서, 북한의 대응을 ‘국제인권규범과 국제법에 어긋나는 전쟁행위’라고 비판했다고 한다. 이는 민통선 부근 주민들의 생존권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반인권적 논리다. 법원도 1월 “전단 살포가 국민의 신체에 대한 급박하고 심각한 위험을 발생시킬 경우 제지할 수 있다”고 판결했다. 앞서 인권위는 민간인 사찰을 폭로한 박원순 변호사에 대한 2010년 국가정보원의 소송, <문화방송> ‘피디수첩’의 광우병 보도에 대한 2009년 검찰 수사 등 전형적인 표현의 자유 안건을 모두 부결시킨 바 있다.
전단 살포는 북한 인권 문제에 대한 접근과 동치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탈법적 행위이기도 하다. 남북교류협력법은 ‘북한으로 일정한 물품을 반출하려면 통일부 장관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부는 대북 풍선에 어떤 물건이 들었는지, 전단 내용이 어떤지 전혀 점검하지 않는다. 게다가 전단을 보내는 이들은 북한 체제의 붕괴를 목표로 한다고 공언한다. 이는 상호 비방을 하지 않기로 한 남북 합의와 정면으로 충돌하지만 정부는 그냥 방관한다. 이런 분위기에 힘입어 이제 전단을 보내는 이들이 남북 관계를 쥐락펴락하려는 모습마저 보인다.
얼마 전 기독교단체가 최전방인 경기 김포 애기봉에 성탄 트리를 설치해 불을 밝히기로 해 문제가 된 적이 있다. 주민과 70여개 종교·시민사회단체로 이뤄진 대책위가 주민 위험성과 남북 관계에 끼칠 영향 등을 이유로 반대해 트리 설치는 결국 중단됐다. 전단 문제도 다를 바 없다. 북한 체제 비판 행위를 무조건 옹호한다면 평화적 남북 관계는 사라지고 북한 붕괴론만 남게 된다. 전단 살포는 섣부르게 표현의 자유를 들어 재단할 문제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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