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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가만있어도 2040년엔 복지선진국’ 된다니 |
복지와 증세를 두고 이런저런 얘기가 나오고 있다. 이는 관련 논의에 활기를 불어넣을 수 있는 것이어서 긍정적이다. 하지만 개중에는 납득하기 어려운 주장도 적지 않아 걱정스럽다. 최경환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2040년 복지선진국’ 발언이 그렇다. 상황을 호도하면서 당장 해야 할 일을 늦추는 구실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최 부총리는 최근 “현재 복지제도만으로도 2040년이면 공공사회복지 지출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수준으로 갈 것이다. 시간이 지나면 저절로 ‘고복지’가 되도록 이미 스타트를 했다”고 말했다. 부분적으로 맞는 점이 있지만 전체적으로는 문제가 많은 주장이다.
최 부총리 말대로 25년 뒤에 복지지출이 경제협력개발기구 수준이 될 가능성은 있다. 국무총리 산하 사회보장위원회 추계를 보면, 복지제도를 그대로 두더라도 2013년 국내총생산 대비 9.8%인 복지지출이 2040년 22.6%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경제협력개발기구 평균치가 22.1%(2009년)여서 25년 뒤에는 우리나라가 그 수준에 이른다는 말이다. 이로 미뤄 복지지출이 빠르게 늘어날 개연성이 큰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이 기구 평균치가 25년 동안 변하지 않을 것이라고 장담하기 어렵다. 고령화 추세가 진전되거나 일-복지 관계의 틀이 달라질 수 있고, 그렇게 되면 평균치는 더 높아질 소지가 크다. 이는 최 부총리 주장에 큰 구멍이 있다는 얘기다.
게다가 2040년까지 기다리기에는 지금의 복지 내용이 매우 부실하다. 노인빈곤 문제가 심각한 게 이를 단적으로 일러준다. 65살 이상 노인 빈곤율은 48.5%로 경제협력개발기구 가운데 1위다. 이 기구 평균치의 4배 가까이에 이른다. 1인당 국민소득 3만달러를 내다보는 나라로서 부끄러운 수치 아닌가. 국민연금과 국민건강보험, 기초생활수급제도 등을 갖추고 있지만 사각지대가 많은 것도 문제다.
그런 만큼 최 부총리는 복지제도의 확충과 내실화에 힘을 쏟아야 한다. 어쭙잖게 ‘가만있어도 25년 뒤 고복지 국가’가 된다는 따위의 얘기를 할 때가 아니다. 최 부총리가 강조하는 노동시장 구조개혁 등을 위해서도 복지 확대는 필수적이다. 이명박 정부의 경제팀 수장으로서 감세정책을 실행한 윤증현 전 기재부 장관의 말을 되새겨봤으면 좋겠다. 윤 전 장관은 <한겨레>와의 인터뷰에서 조세부담률을 경제협력개발기구 평균치까지 단계적으로 끌어올려야 한다고 밝혔다. 그가 왜 그랬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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