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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집값 넘보는 ‘전셋값 사태’ |
전셋값이 수그러들기는커녕 갈수록 더 치솟고 있다. 서울 일부 지역의 경우 아파트 전셋값이 매맷값의 90%를 넘는 사례마저 잇따르고 있다. 23일치 <한겨레> 보도를 보면, 강동구 암사동의 전용면적 59㎡짜리 한 아파트는 지난달 매맷값이 3억4000만원, 전셋값이 3억3000만원이었다. 전셋값에 1000만원만 보태면(취득세와 등기비용 등 별도) 집을 살 수 있다는 이야기다. 전셋값이 매맷값에 바짝 다가서는 이런 현상이 아직 일반적인 것은 아니지만 예사롭게 보아 넘길 수 없다. 빠른 속도로 번질 가능성이 있는데다 무엇보다 전셋값의 오름세에 제동이 걸리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전세 가구의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
전셋값의 가파른 상승세는 우선 전세물량이 부족한 데서 원인을 찾을 수 있다. 금융위기 이후 집값이 하향 안정세를 보이고 금리가 오랜 기간 낮은 수준을 유지하면서 집을 사서 전세로 공급할 유인이 많이 줄어든 탓이다. 집값 차익을 기대하기 어렵고 전세보증금의 수익이 예전만 못하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여분의 집을 가진 사람들이 전세 대신 월세로 내놓으려 하고 있다. 반면, 세입자들은 월세를 꺼린다. 전세를 월세로 바꿀 때 적용하는 전월세 전환율이 은행 주택담보대출 금리의 2배를 넘고 있어서다. 전세시장에서 수요에 견줘 공급이 달리고 이는 전셋값의 급등으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전세를 구하려는 사람들의 속이 탈 수밖에 없다. 늘어난 보증금을 대기 위해 대출 등을 받아야 해 이자 부담이 커지게 된다. 게다가 집값이 떨어지기라도 한다면 보증금을 돌려받는 데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특히 전셋값이 매맷값의 90%를 넘는 경우라면 ‘깡통주택’이 될지도 몰라 위험부담이 크다. 이미 1000조원을 돌파한 가계부채 문제를 더 악화시킬 수도 있다.
정부가 대책 마련에 적극 나서야 할 때다. 당장 뾰족한 해법이 없다고 손을 놓고 있어서는 안 된다. 기존 주택 매입 등을 통해 전세 공급물량을 늘릴 여지가 있는지 찾아봐야 한다. 깡통주택의 피해를 줄일 수 있도록 주택 경매처분 때에 임차인의 보증금을 우선 변제하는 범위를 확대하는 한편, 이제는 전월세 상한제와 계약갱신 청구권제의 도입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전통적인 시장원리만 고수해서는 지금의 전세난을 풀 수 없기 때문이다. 전월세 전환율을 낮출 수 있는 방안도 강구해야 한다. 값싸고 질 높은 공공임대주택의 공급 또한 빼놓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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