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5.09.29 21:33
수정 : 2005.09.29 21:33
사설
우리 사회에 반기업 정서가 깊다면 바로잡는 게 옳다. 그러나 최근 불거진 삼성그룹 문제를 반기업 정서와 결부시키는 일부의 주장은 본질에서 크게 벗어났다. 반기업 정서론을 내세우는 이들은 삼성에 대한 공격이 온갖 의혹을 부풀려 궁지로 몰기 위한 것이라고 말한다. 김무성 한나라당 사무총장은 “삼성 때리기는 열린우리당·민노당·시민단체가 합심해 좌파적 성향인 반기업 정서를 확대시키려는 것”이라고까지 주장했다. 가뜩이나 경제 여건이 나쁜데 반기업 여론몰이를 하면 무너지는 건 국가경제이고 민생이라고도 한다. 견강부회고, 또다른 여론몰이다.
삼성이 뭇매를 맞는 듯한 분위기가 없지는 않다. 삼성생명과 삼성카드의 금산업 위반, 삼성상용차 분식회계 의혹, 엑스파일 사건, 이재용씨 사전상속과 관련한 탈세 의혹 등이 한꺼번에 쏟아진 탓이다. 하지만 다른 재벌이었다고 해도 도마에 오를 수밖에 없는 일들이다. 삼성이어서가 아니라, 삼성이 저지른 불법·편법이 근본 원인이다. 반기업 정서 탓에 삼성을 때리는 것이라고 재단하는 건 결과와 원인을 뒤바꾼 것이다. 삼성이 국가경제에 기여하는 바가 크다 해도 그 때문에 성역이 될 수는 없다.
진정 반기업 정서를 걱정한다면 기업의 잘못을 바로잡고 규칙을 지키도록 하는 데 앞장서는 게 바른 길이다. 그리 되면 국민들이 기업을 비난할 까닭이 없다. 과거 재벌 총수들의 비자금 문제가 불거지면 어김없이 나오던 논리가 경제살리기였다. 최근의 반기업 정서론도 동기가 무엇인지는 몰라도 결국은 그만 하고 넘어가자는 뜻 아니겠는가. 당장 아프다고 덮어두면 병은 깊어갈 뿐이다. 삼성 경영진 역시 삼성이 뭇매를 맞는다며 억울해 할 것이 아니라, 잘못을 고치고 국민의 기업으로 거듭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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