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5.09.29 21:36
수정 : 2005.09.29 21:37
사설
국세청이 세금을 떼먹은 외국계 투자펀드 5곳에 대해 어제 2148억원의 세금을 추징하기로 했다. 고의로 탈세한 혐의가 있는 펀드 고위관계자 두세 명은 조세범으로 검찰에 고발할 예정이라고 한다. 그동안 이들 펀드가 벌어들인 돈에는 세금을 물릴 수 없다는 해석이 적지 않았다. 국세청이 이에 얽매이지 않고 특별 세무조사를 통해 거래과정을 면밀히 따져 탈루세금 추징에 나선 것은 칭찬할 만하다. 자본의 국적에 관계없이 과세는 공평하게 하고, 탈세 조사에도 예외가 없다는 것을 분명히했다는 점에서 이번 세무조사는 의미가 크다.
적발된 외국계 펀드들의 탈세수법은 추악하기 짝이 없다. 이중과세 방지협약을 교묘히 악용하고, 국외 관계사에서 돈을 빌려 높은 이자를 주는 방식으로 외국으로 돈을 빼돌려 세금을 떼먹기도 했다. 증권거래세를 줄여 신고한 것은 아예 우리 법을 무시한 태도다. 돈을 벌기 위해서라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투기펀드들의 실상이 적나라하게 드러난 셈이다.
적발된 펀드 대부분이 세계적으로 이름난 투자회사라는 점은 놀랍다. 우리 정부가 국내 은행을 판 곳을 비롯해, 정부 관료들이 자본 유치를 위해 매달리던 곳도 들어 있다. 국세청 조사 결과는 그런 유명 투자회사라고 해서 윤리경영을 한다는 보장이 결코 없음을 보여준다. 외국자본이라면 가리지 않고 상전 모시듯 떠받드는 이들은 반성부터 해야 한다.
이번 세무조사로 외국자본이 빠져나갈 것이라고 보는 것은 기우다. 탈세 추징을 두려워할 외국자본이라면 우리나라에도 도움이 못 된다. 이미 법망을 피해 세금을 빼먹고 빠져나간 펀드도 적지 않을 것이다. 정부는 투기펀드가 빈틈을 악용하지 못하도록 이중과세 방지협약을 보완하는 등 제도 정비에 더욱 힘써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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