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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책상물림 중앙정부의 횡포에 멍드는 지방복지 |
지방정부가 주민의 필요에 맞춰 다양하고 전향적인 복지제도를 운영하려는데 중앙정부가 이를 돕기는커녕 오히려 훼방놓고 있다. 청각장애를 겪는 저소득층 노인 28명에게 보청기 구입비를 지원하려던 강원도 횡성군, 증증장애인 8명에게 활동지원서비스를 24시간으로 늘리려던 대구광역시 등의 정책이 보건복지부의 개입으로 좌절됐다고 한다. 지방정부가 사회보장제도를 신설·변경할 때 복지부와 협의·조정해야 한다는 사회보장기본법 규정에 따라 이뤄진 일이다. 협의·조정이야 얼마든지 할 수 있지만, 그 결과가 ‘국민의 복지증진’이라는 법 취지에 역행한다는 게 문제다.
횡성군의 경우 홀로 사는 가난한 노인들이 기존 제도로 지원받을 수 있는 30만원가량으로는 120만~130만원씩 하는 보청기를 사기 어렵다는 점을 파악하고 추가 지원을 하려던 것이었다. 이에 대해 복지부는 금액이 많다느니 보청기를 되팔아 돈만 챙길 수 있다느니 하는 황당한 이유를 들어 퇴짜를 놓았다. 횡성군이나 대구시나 중앙정부에 재정지원을 요구하지도 않았다. 그러니 복지부의 처사는 공연한 심술로 비칠 뿐이다.
복지부는 선심성 정책 방지와 지역간 형평성 유지 등을 명분으로 삼는 모양이다. 이야말로 복지제도의 현장성과 지방자치제도의 본질에 눈감는 논리다. 그 지역의 절실한 복지 수요가 무엇인지 제대로 파악할 수 있는 건 지역 사정을 잘 아는 지방정부다. 지방정부는 이에 맞춰 현실적합성 높은 복지제도를 시행할 책임이 있다. 주민 복지에 더 충실한 지방정부라면 중앙정부의 정책을 뛰어넘는 진취적인 발상도 할 것이다. 물론 그에 대한 평가와 책임도 지방정치의 몫이다. 중앙정부가 여기에 일방적인 잣대를 들이대는 것은 다양성을 기본으로 하는 지방자치의 이념에도 맞지 않는다.
중앙정부의 일방주의식 태도는 누리과정·무상급식 논란에서도 드러난 바 있다. 박근혜 대통령의 공약으로 중앙정부가 책임져야 할 3~5살 무상보육 부담을 지방정부에 떠넘기고, 그 예산을 대기 위해 지방정부 차원에서 잘 해오던 무상급식을 줄이라고 압박했다. 중앙정부가 챙기지 못한 복지 영역을 지방정부가 선제적으로 이끌고 있는 데 대해 고마워하지는 못할망정 되레 재를 뿌리는 꼴이다. 하루하루 힘겹게 살아가는 복지 수요층의 현실에 천착하기보다 책상머리에 앉아 감 놔라 배 놔라 하고 있는 중앙정부의 모습이 한심하다. 헌법상 주민의 복리에 관한 사무를 담당하도록 돼 있는 지방정부의 권한과 재정 여건을 과감히 높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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