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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세수 확충 없이 복지 구조조정만 하겠다는 건가 |
최경환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일 세입 여건의 불확실성이 계속되고 재정 운용 여건의 어려움이 커지고 있다며 “강도 높은 재정개혁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최 부총리는 이를 위해 “제로베이스 예산 방식과 보조금 일몰제를 엄격히 적용해 성과가 미흡하거나 관행화된 예산사업을 과감히 폐지 또는 대폭 삭감하는 등 구조조정을 하겠다”고 덧붙였다. 역대 경제부총리들이 기회 있을 때마다 해온 얘기이긴 하나 무겁게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다. 이번에는 재정개혁을 제대로 추진해 좋은 성과를 내기 바란다. 하지만 최 부총리가 세수 확충 방안을 언급하지 않고 지출 구조 조정만 강조하는 듯해 걱정스럽다.
재정개혁의 필요성은 어느 모로 보나 분명하다. 우선 저출산·고령화 등으로 복지 수요가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정부도 이에 맞춰 복지재정을 확대하고 있지만 선진국에 견주면 갈 길이 멀다. 반면, 여기에 쓸 재원은 기대만큼 늘어나지 않고 있다. 지난해까지 3년간 세수는 예산에서 잡은 금액에 미치지 못했다. 재정건전성에 더 신경을 써야 하게 된 것이다. 게다가 재정지출 가운데 효율적으로 집행되지 못하는 항목이 적지 않은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세입과 세출 모두 서둘러 정비해야 한다는 얘기 아니겠는가.
그런데 최 부총리는 세입 정비 방안을 입에 올리지 않고 있다. 앞으로 어떨지는 모르겠으나 세수 부족 등을 생각할 때 적절한 자세는 아니라고 본다. 1월 연말정산 파동을 계기로 정치권과 시민사회에서 증세-복지 논쟁이 활발하게 펼쳐졌던 점을 고려하면 더욱 그렇다. 세수 확충을 위해 세제를 어떤 식으로 손질할 것인지 방향이라도 제시해야 한다. 그래야 논의가 탄력을 받으면서 사회적 합의점을 찾기가 수월해질 것이다.
최 부총리가 강조했듯이 재정지출에 대해서는 구조조정을 해야 한다. 이에 반대할 사람은 아마 없을 것이다. 문제는 그 대상이 복지분야에 쏠릴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무엇보다 지출의 효율성을 중요한 잣대로 내세우고 있어서다. 복지제도가 이제 뿌리내리기 시작하는 단계이다 보니 상대적으로 빈틈이 있는 게 현실이다. 이를 빌미로 복지지출에 마구잡이로 칼을 대면 복지제도는 제대로 뻗어나갈 수 없다. 그런 만큼 세심하게 접근해야 한다. 마침 이완구 국무총리가 1일 주재한 국가정책조정회의에서 논의한 ‘복지재정 효율화 추진방안’을 보니 우려가 가시지 않는다. 군걱정으로 드러나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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