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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혁신과 통합’ 실천이 관건 |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는 30일, 국회의원 재보궐선거 참패에 대해 “모두 최선을 다했지만 저희가 부족했다. 특히 제가 부족했다”고 고개를 숙였다. “부족함을 깊이 성찰하고 절체절명의 각오로 다시 시작하겠다”고도 했다. 그러나 문 대표의 말을 들으면서 정말 새정치연합이 뼈를 깎는 혁신과 변화를 하리라 믿는 국민이 몇이나 있을까. 모호한 어투의 박근혜 대통령 담화를 접했을 때처럼, 문 대표의 발언은 표의 발언은 야당 지지자들의 무너진 마음을 추스르기엔 너무 울림이 부족하다.
4·29 재보선 결과는 화장을 고치고 옷을 갈아입는 수준으로는 새정치연합이 국민 지지를 받을 수 없는 지경에 서 있다는 걸 뜻한다. 아무리 야권 후보 난립이 불리하게 작용했다 하더라도, 지금 같은 정치상황에서 이런 참패를 당한 건 새정치연합이 국민의 신뢰를 얻는 데 실패했기 때문이다. 그 책임을 온전히 문재인 대표 혼자 질 수는 없지만, 당을 바꿔내지 못한 건 일차로 문 대표의 몫이다.
문재인 대표 지지율이 30%에 육박하고 정당 지지율이 새누리당에 근접했는데도 수도권과 광주에서 새정치연합이 실패한 건, 다양한 색깔의 야권 지지자들을 하나로 끌어안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 밑바닥엔 새정치연합 내부의 뿌리깊은 계파 문제가 깔려 있다. 문 대표는 억울할지 모르지만, 당 안팎에선 여전히 그를 야권 전체를 이끄는 제1야당 대표보다 ‘친노’라는 계파의 수장으로 보는 시각이 적지 않다. 이걸 뛰어넘지 않고는 새정치연합의 미래는 물론, 문 대표 개인의 정치적 미래도 없다. 당의 혁신은 계파를 넘어서는 일에서부터 시작해야 한다. 이걸 외면하고선 새로운 정책이나 전략을 아무리 펼쳐봐야 실질 성과를 내기 어렵다.
새정치연합이 수도권 3곳에서 전패한 건 통합과 연대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일깨워준다. 문재인 대표가 “길게 보면서 더 크게 통합하겠다”고 한 건 그런 점에서 타당하다. 특히 통합진보당을 둘러싼 논란 이후 새정치연합 내에선 진보정당과의 연대를 피하려는 경향이 뚜렷하다. 아무리 정치상황이 유리해도 야권이 하나로 통합하거나 연대하지 않으면 수도권에서 새누리당과 대등하게 맞서긴 매우 어렵다는 게 이번 재보선의 교훈이다. 열린 마음으로 좀더 겸허한 자세로 진보정당이나 대안야당을 추구하는 세력과 함께하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 정권이 믿음을 주지 못하는데 야당마저 수권정당의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는 건 국민에게 불행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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