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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5.05.01 18:37 수정 : 2015.05.01 18:37

오는 9일 모스크바에서 열리는 2차대전 승전 70돌 기념식을 계기로 한 고위급 남북 접촉 기회가 무산됐다.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의 불참이 확인된데다 북쪽 고위인사가 참석할 가능성도 낮기 때문이다. 미국과 일본의 동맹이 강화되는 상황에서 남북관계를 풀어야 할 필요성이 커진 터여서 더 아쉽다. 정부는 이 사안과 무관하게 남북관계 개선 노력의 수준을 높여 나가길 바란다.

김정은 위원장의 불참 이유에 대해 러시아 쪽은 “북한의 내부 문제와 연관된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눈에 띌 만한 북쪽 내부의 변동은 드러나지 않고 있다. 그보다는 쟁점과 관련한 양쪽의 조율에서 문제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러시아의 대북 지원이나 김 위원장에 대한 의전상의 배려 등이 이에 해당한다. 김 위원장의 불참은 자신과 북한의 국제적 이미지를 개선하고 남북관계를 풀 기회를 흘려보냈다는 점에서 잘못이다. 앞서 박근혜 대통령이 일찌감치 불참을 통보한 것도 섣불렀다.

정부는 1일 남북 민간교류를 활성화하고 대북 인도적 지원과 협력의 폭을 넓히겠다고 밝혔다. 문화·역사·체육 등의 분야에서는 당국 차원의 공동사업도 추진할 예정이다. 이런 방안은 긍정적이다. 하지만 남북관계가 꽉 막힌 터여서 가시적인 성과를 낳기에는 한계가 있다. 정부 조처가 광복 70돌 등 행사 중심의 단기 목표를 겨냥하는 점도 문제다. 지금은 남북관계의 큰 방향을 잡아 나가야 할 때다. 점진적인 교류·협력 활성화도 중요하지만 정부의 분명한 의지가 담긴 선 굵은 행동이 필요하다. 얼마 뒤로 예정된 이희호 김대중평화센터 이사장의 방북 기회도 잘 활용해야 한다.

북쪽은 경색된 태도에서 벗어나 대화의 자리에 나와야 한다. 최근 북쪽 당국은 4월24일 끝난 한-미 합동 키리졸브 및 독수리 훈련뿐만 아니라 다른 군사훈련과 북한인권결의안, 대북전단 살포 등을 모두 대화의 걸림돌로 거론했다. 남북관계가 잘 풀려야 논의할 수 있는 사안들을 전제조건으로 내걸어서는 대화가 이뤄지기 어렵다. 개성공단 임금 문제에서도 북쪽은 일방적인 태도를 고수한다. 북쪽은 세계가 자신을 어떻게 보고 있는지 직시하기 바란다.

지금 동아시아에서는 미국·일본과 중국·러시아가 대립하는 구도가 고착될 조짐을 보인다. 그 빌미가 되고 있는 것이 남북의 대치다. 남북이 먼저 나서지 않는다면 이런 구도는 바뀌기가 쉽지 않다. 무엇보다 우리 정부의 의지와 행동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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