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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민주주의 모욕한 박상옥 대법관 인준 |
국회가 6일 본회의에서 야당이 표결에 불참한 가운데 여당 단독으로 박상옥 대법관 후보자에 대한 임명동의안을 처리했다. 박종철씨 고문치사 사건 수사 검사팀의 일원이었던 박 후보자를 두고는 민주주의를 소중히 여기는 많은 국민은 물론 법원 내부에서조차 ‘자격 미달’이라는 목소리가 높았다. 그럼에도 새누리당은 힘의 우위를 앞세워 밀어붙였고, 새정치민주연합은 뚜렷한 전략도 없이 갈팡질팡하며 시간만 끌었다. 그 결과, 꽃다운 대학생을 고문해 죽인 야만적이고 반인간적인 사건에 관여했던 인물이 인권의 최후 보루라 할 대법관의 자리에 앉는 역설적이고 기막힌 현실이 우리 앞에 나타나고 말았다.
박상옥 파동은 국회 인사청문회나 인준 표결 등의 절차적 민주주의가 얼마나 허울에 불과한지도 확실히 보여주었다. 여당은 인사청문회법을 내세워 야당을 압박했으나, 실제 청문회 내용을 보면 임명 강행을 위한 요식행위에 불과했다. 법무부는 박종철씨 사건 수사 자료 제출을 거부함으로써 국회의 권능과 인사검증권을 철저히 무시했고, 새누리당 의원들은 박 후보자의 변호인 노릇을 하기에 바빴다. 이런 미흡한 인사청문회 때문에 아직 인사청문경과보고서도 채택되지 않은 상태다. 박 후보자의 임명동의안 강행처리는 표면상 법에 정해진 절차 준수라는 외양을 하고 있으니 실제로는 절차적 정당성마저 온전히 지켜지지 않은 우격다짐 인사인 것이다.
다수 의석을 앞세워 밀어붙이기로 일관한 새누리당이야 더 말할 나위도 없지만, 새정치민주연합의 무대책은 호되게 비판받아 마땅하다. 야당은 애초 특별한 전략도 없이 인사청문회 개최를 거부하다가 여당과 보수세력들의 공세에 밀려 인사청문회 개최에 합의했으나, 후속 대책은 아무것도 없었다. ‘철저한 검증으로 낙마시키겠다’는 공언은 한낱 허언으로 끝났고, 그 뒤에도 아무런 정치력이나 협상력도 발휘하지 못한 채 시간만 끌었다. 그러다가 마지막에 표결에 불참하는 것으로 ‘할 일을 다 했다’는 투다. 야당이 여당에 끌려다니는 게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지만 ‘머리도 뒷심도 없는’ 야당의 모습이 참으로 한심하다.
이번 박상옥 대법관 인준 강행은 인권과 민주주의에 대한 정면도전으로 길이 역사에 기록될 것이다. ‘진실을 밝혀내지 못한 무능한 검사, 외압에 굴복하고 권력과 타협한 검사’(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를 대법관 후보로 제청한 양승태 대법원장이나 정치권 모두 저세상에 있는 박종철씨의 영령에 씻을 수 없는 죄를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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