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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5.05.18 19:02 수정 : 2015.05.19 10:44

35주년을 맞은 5·18 광주민주화운동 기념식이 또 반쪽 행사가 됐다. 18일 국립 5·18 민주묘지에서 열린 정부 주관 기념식에는 유족회 등 관련 단체가 참석을 공식 거부했다. 5월단체 등은 대신 광주 금남로 옛 전남도청 앞 민주광장에서 별도로 기념식을 열었다.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 등을 둘러싼 갈등 때문이다. 정부 기념식에서도 여야 정치인들은 함께 노래를 불렀지만 정부 대표들은 따라 부르지 않았다. 여야 대표가 물세례와 야유를 받는 일도 있었다. 5월 광주의 정신을 기리고 계승해야 할 5·18 기념식은 갈등과 분열의 상징이 된 듯하다.

기념식을 이렇게 만들어 5월 정신을 훼손한 책임은 온전히 정부에 있다. ‘임을 위한 행진곡’은 5·18 기념식이 정부 기념 행사로 거행된 1997년부터 10년 넘게 참석자들이 다 함께 제창한 노래다. 우리나라의 정체성을 이루는 민주화 투쟁의 대표적 상징이기도 하다. 국가보훈처는 그런 노래를 “부적절하다”며 2009년부터 합창단만 부르는 합창으로 바꿨다. 국회가 이 노래를 공식 기념곡으로 지정해야 한다고 여야 합의로 결의하고 전국 지방의회 의장들도 같은 결의를 했지만 보훈처는 요지부동이었다. 박근혜 대통령 역시 3월 이 노래를 기념곡으로 지정해 제창하게 해달라는 야당 대표의 요청을 “보훈처와 논의하라”며 사실상 거부했다. 민주화운동을 백안시하는 일부 극우세력의 비뚤어진 주장을 따른 탓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정부의 행태는 박 대통령이 취임 때부터 내세웠던 ‘국민통합’과 거리가 멀다. 5·18 민주화운동 정신이 우리 민주주의의 초석이 됐다는 역사적 평가와 국민적 합의가 이미 이뤄져 있는데도, 보훈처를 비롯한 박근혜 정부는 이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공공연히 드러내 되레 갈등과 분열을 부추겼다.

제창을 거부한 정부 논리도 조잡하다. 보훈처는 ‘임을 위한 행진곡’이 북한 영화에 배경음악으로 쓰였다며 ‘종북’으로 몰아붙였지만, 한 유족의 반문대로 그런 식이라면 북한 영화에 나온 ‘아리랑’도 부르지 말도록 해야 할 것이다. 합창은 되고 제창은 안 된다는 보훈처 주장도 어이없다. 그런 해괴한 논리가 5·18에 대한 ‘일베’류의 왜곡을 방조하고, 결국 국민통합을 해치는 것이다.

35년이 지나도록 함께 머리를 숙이기는커녕 갈등과 분열이 거듭되는 것은 결코 정상이 아니다. 그런 갈등이 더한 충돌로 이어질 위험도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박근혜 정부의 반성을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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