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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권력기관 ‘성접대’ 눈감아준 수사기관 |
성접대를 받은 국세청과 감사원 직원들이 검찰에서 기소유예 처분을 받았다. 성매매특별법 위반 혐의만 인정한 상태에서 재판에는 넘기지 않기로 해 결국 처벌을 면해준 것이다. 앞서 경찰은 뇌물수수 부분은 무혐의 처리하고 단순 성매매 혐의로만 검찰에 넘겼다. 검경 모두 뻔한 혐의를 못 본 척, 안 보이는 척하고 있는 듯하다.
두 사건의 혐의는 분명하다. 서울지방국세청의 과장과 서울 시내 세무서장은 회계법인 임원 2명과 술을 마신 뒤 여종업원과 성매매를 한 혐의다. 술값과 성매매 비용 500여만원은 회계법인 임원들이 냈다. 국세청과 회계법인은 세무조사나 세금감면 등과 관련해 직무상 이해관계가 밀접한 ‘갑을관계’다. 기업 일이 많은 회계법인으로서는 일선 세무서장이나 실무과장에게 부탁하고 알아볼 일이 많을 것이다. 당장 오늘내일은 아니라도 술자리 이전이나 이후에 평소의 유착관계를 활용해 청탁할 일이 한둘이 아닐 터이다. 그런데도 경찰은 대가성을 입증할 증거가 없다며 뇌물죄 적용을 지레 포기했다. 뇌물과 청탁은 친분을 앞세우기 마련인데도, 이들이 평소 친한 사이라고 대신 변명해주기까지 했다. 봐주려고 기를 쓴 듯하다.
감사원의 4·5급 간부들이 한국전력 직원들로부터 성접대를 받은 사건도 비슷한 모양새다. 피감기관인 한전으로선 감사원이 상전 중의 상전일 것이다. 감사원 직원들의 술값과 성매매 비용도 한전 직원들이 냈다. 역시 직무 관련성이 뚜렷한데도 경찰은 당사자들이 부인한다는 따위의 이유로 증거불충분이라고 판단했다. 일부러 그랬는지 역부족이었는지 변죽만 울리다 만 꼴이다.
검찰은 이런 경찰 수사 결과에서 한 발짝도 나아가려 하지 않았다. 직무 관련성이 있는 상대한테 성접대를 받았다면 ‘성접대 역시 뇌물’이라는 판례대로 적극적인 수사와 법적용을 시도했어야 했다. 설령 단순 성매매 사건이라고 해도 검찰의 이번 사건 처리는 성범죄를 엄단한다는 최근 검찰 기조에 비춰보면 매우 어색하고 부적절하다. 권력기관이라고 이렇게 ‘봐주기’를 하면서 어떻게 사정과 부패척결을 주장할 수 있다는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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